"의대생이 뭘 잘못했다고 대리 사과하나" 의료인 커뮤니티 반응 논란

입력
2020.10.08 17:48
의료인 내부 커뮤니티 게시물 외부 유출
"의대생 바보 만들어", "왜 사과하냐" 날선 반응 다수
서울대병원장 "의대생들, 사과 준비하는 걸로 안다"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에게 국가고시 응시 기회를 달라며 대신 사과한 것을 두고 의료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대생, 의사 내부 익명 커뮤니티인 '넥스트 메디신'에 올라온 한 게시물의 캡처 이미지가 확산했다. 넥스트 메디신은 의대생이나 의사 인증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한 커뮤니티다.

게시물에 따르면 병원장들의 대리사과 영상을 공유한 글에는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하는거냐. 저 사람들은 당사자도 아니지 않느냐", "정부 좋을대로 끌고 가고 의대생들만 바보 만들었다", "대부분 파업에 반대한 사람들인데 저분들이 왜 사과를 하냐" 등 날선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부는 "정부서울청사를 빌려준 걸 보니 정부에서 판을 깔아준 것 같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정부가 시험을 아예 막을 거였다면 사과도 못하게 했을거다"라며 정부와 사전 교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익명 커뮤니티여서 댓글을 단 이용자들이 현직 의사인지 의대생인지 구분은 불가능하다. 다만 해당 커뮤니티 자체가 예비 의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대생들이 내놓은 반응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반응이 외부로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사과해야 할 당사자인 의대생들이 저런 반응이니 더 볼 것도 없을 것 같다"(노****), "위에서 의대생들 살려보겠다고 고개 숙이는데 그마저도 못 받아 먹는다"(루****) 등 비판적 시선이 확산했다.

그러나 해당 커뮤니티에서 나온 반응은 극히 일부 의대생의 반응이라 전반적인 의견과는 다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누리꾼(초****)은 "이 커뮤니티는 극단적인 학생들이 많은 편인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학생들도 (의사 국시 재응시가) 시험이라는 전체적인 과정을 망가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과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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