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역대 3분기 최고 실적... '집콕'하며 가전 쇼핑했나

입력
2020.10.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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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역대 3분기 중 최고 실적을 거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한적인 외부 활동이 장기화되면서 TV와 생활가전의 판매 호조에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조9,196억원과 영업이익 9,590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8%와 22.7%씩 증가한 수치다. 직전분기 대비해선 매출은 31.8%, 영업이익은 93.6%씩 늘었다.

이는 기존 3분기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해 3분기 매출(15조7,007억원)과 2009년 3분기 영업이익(8,510억원)을 넘어선 규모로, 특히 매출은 2017년 4분기(16조9,636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LG전자의 3분기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엔 가전사업의 공이 컸다. 통상적으로 3분기가 가전 시장에서 비수기로 꼽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해외여행 등이 어려워지면서 TV 등 프리미엄 가전 등에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더 강화된 위생관념과 길어진 장마 등을 거치면서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실제 LG전자 창원 가전공장의 경우 모든 생산라인이 8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생활가전(H&A) 사업본부에서 연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여 LG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H&A 사업본부와 TV 중심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매출 비중 합계가 올해 상반기 기준 57.4%에 달한다.

불효자로 점찍힌 스마트폰(MC) 사업본부와 전장(VS)사업본부의 적자폭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예상된다. 벨벳 스마트폰 출시 이후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일부 회복됐고, 중남미 등에서는 화웨이 제재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영업적자를 줄인 덕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자동차 공장이 재개되고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VS사업본부 수익도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자랑한 LG전자는 해마다 저조했던 4분기에도 지난해보다 나아진 실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형 소비행사들이 있기 때문에, LG전자에서도 그 동안 억눌려왔던 소비 욕구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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