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처방약 극찬하며 “내 감염은 신의 축복”

입력
2020.10.08 09:39
"리제네론 치료제 투약 직후 호전" 주장
"모두 대통령처럼 치료받길... 무료일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가 감염된 것은 신의 축복”이라며 입원 중 처방받은 실험용 약물의 효과를 치켜세웠다. 해당 약품을 미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미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를 처방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믿을 수가 없었다. 즉시 상태가 좋아졌다”고 극찬했다. 그는 “병원에 들어갔고,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꼈다”며 “그러나 24시간이 지나자 상태가 아주 좋다고 느꼈다. 병원에서 나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걸린 것이 신의 축복이었다는 식의 발언까지 했다. 자신이 감염돼 리제네론의 치료제를 썼고, 효과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치료(therapeutics)라고 부르지만 내가 볼 때 이것은 치유(cure)”라면서 자신이 해당 약물의 처방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또 “나는 모두가 대통령과 같은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며 “(나는 리제네론의 치료제를) 무료가 되게 할 것이다. 감염 발생은 여러분이 아닌 중국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리제네론사의 항체치료제는 아직 보건 당국의 공식 사용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의료진은 ‘동정적 사용’ 목적으로 리제네론사에 약품을 요청해 대통령에게 투약했다. 동정적 사용은 치료제가 없는 중증환자에게 인도주의 차원에서 미승인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제네론의 치료제와 함께 “미 제약회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비슷한 약물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치료제가 백신보다 중요하다”며 “백신은 정치가 개입하는 바람에 선거 직후에 나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미 식품의약국(FDA)이 한층 강화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발표해 내달 3일 전 백신 공급이 무산된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언제 영상이 녹화됐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한 지 하루가 됐다고 말하는 것으로 볼 때 전날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 이틀 만인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 복귀해 허리케인과 경기부양책 협상 관련 보고를 받는 등 공식 업무를 재개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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