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제3당에서 범죄 조직으로 '유죄' 판결 … 그리스 극우당의 최후

입력
2020.10.07 23:46
황금새벽당 전 총재 포함…살인ㆍ위증 유죄 
이민자와 좌파 운동가에 대한 폭력 문제 대부분

그리스 법원이 신(新)나치주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VX)을 범죄단체로 선언했다. 정치단체라는 미명 아래 살인 등 폭력 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한 것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다. 이로써 그리스 의회에서 제3정당 위치까지 올랐던 VX 활동은 사실상 금지됐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테네 항소법원은 이날 VX의 지도부가 범죄 조직을 운영한 점을 인정하고 VX을 범죄단체라고 판결했다. 니코스 미카롤리코스 당 총재와 6명의 지도부는 범죄 집단을 이끈 혐의로, 당원인 기오르고스 루파키아스는 반(反)파시스트주의자 래퍼인 파블로스 피사스를 살해한 혐의로 각각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15명이 음모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신나치주의자들이 연루된 최대 재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VX 전 의원 18명을 포함해 관계자 65명을 범죄단체 회원으로 보고 기소했다. 이들은 살인에서부터 위증까지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특히 이민자와 좌파 운동가에 대한 폭력 사례와 관련돼 있다. 이번 재판은 2013년 파블로스 피사스의 살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당국은 이 피사스의 죽음과 VX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한편 범죄 조직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했다.

금융위기로 그리스 국가 부채 위기가 최고조로 달하던 2012년 VX는 총선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 하원 전체 300석 중 21석을 얻어 그리스 의회에서 세 번째로 큰 정치세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폭력적 행태로 입지가 좁아졌고 내분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 총선에서는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재판이 진행된 아테네 법원 밖에는 수천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공포는 이기지 못한다" "나치는 감옥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는 VX 반대론자들이 대다수였으나 일부 VX 지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판결이 "증오 범죄와 싸우기 위한 노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닐스 뮤즈니크스 국제앰네스티 유럽담당 국장은 이번 판결을 "그리스와 유럽 전역의 반(反)이민적이고 반인권적인 의제를 가진 정치단체들에게 폭력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범죄행위가 처벌받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극우정당에 대한 상징적인 재판의 영향이 그리스 국경도 넘을 것이라는 기대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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