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5월 1일 서울대공원이 문을 열면서 국내 첫 돌고래쇼가 시작됐다. 쇼장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수입한 큰돌고래 '돌이' '고리' '래리'였다. 돌고래들은 점프를 하고 장대를 넘고 춤을 추었다. 조련사들은 돌고래 등에 타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 같은 돌고래 쇼는 2012년 5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가며 문을 닫았다. 시민단체와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제돌이를 시작으로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 금등이, 대포까지 총 7마리의 돌고래가 야생으로 돌아갔다.
돌고래쇼 장이 문을 연 지 36년이 지난 지금, 돌고래 없는 돌고래 쇼장이 쇼 돌고래의 역사를 담은 '돌고래 이야기관'으로 거듭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먼저 영상으로 공개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직접 방문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온라인 개관을 앞둔 9월 22일 동물원, 동물단체 관계자들과 돌고래 이야기관을 찾았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마자 해저 터널을 연상시키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영상과 벽면 안내를 통해 '영원한 1번' 돌고래인 제돌이에 대한 소개로 구성된 '궁금해(海)'관이다. 제돌이는 불법으로 포획돼 돌고래쇼에 동원되다 2013년 7월 가장 먼저 방류되면서 등지느러미에 숫자 1번이 새겨졌다. 벽면에는 '제돌이는 호기심이 많고 사교적' '불법 포획된 것을 확인한 이후 돌려보내기로 했다'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제돌이의 영상 편지와 당시 공연 장면, 현재 제주도 내 생활 모습을 담은 영상 전시실 '소중해(海)'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일러스트로 만든 제돌이가 영상을 통해 왜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 어떻게 바다로 돌아가게 됐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또 가로 12m 대형 스크린에선 제주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그 밖에 오래 전 동물들의 상태를 기록했던 사육사의 손글씨 노트와 해양쓰레기 문제를 알리는 조형물 등이 눈길을 끌었다.
소중해관 옆 '사랑해(海)'관에서는 제돌이를 방류하기 전 쇼에 동원됐던 바다사자들에 대한 소개와 이들이 대기하던 공연 수조를 확인할 수 있다. 바다사자와 물범 등을 구별하는 방법 등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관람석과 공연장은 기후대별 해양생태 환경과 해양 동물의 주요 특징을 알 수 있는 '기억해(海)', '풍부해(海)'관으로 거듭났다. 제돌이와 금등이, 대포의 실제 크기 모형을 비롯해 제돌이 시점에서 바라본 관람객석의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냈고, 돌고래 쇼장을 이야기관으로 꾸민 것에 대한 참석자들의 평가는 후했다. 그러나 제돌이를 비롯한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게 된 과정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이 지적됐다. 제돌이 방류에 참여했던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돌고래들이 살던 곳이 이들을 기리는 이야기관으로 바뀌어 개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 평가하면서도 "돌고래들을 돌려보내는 데 참여했던 시민들의 노력, 제돌이 이외 돌고래들에 대한 정보가 빠져있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제돌이가 "돌고래쇼를 하면서 행복하게 지냈다"라는 등 동물원 내 생활이 즐겁게 묘사된 점도 문제로 언급됐다. 행사에 참석했던 고현선 카라 활동가는 "돌고래를 포획해 습성과 정면 배치되는 행위를 시킨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아름답게 포장했다"며 "불편한 진실이라도 그대로 공개하고, 현재 개선된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