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한국, 코로나 대처서 '보건ㆍ경제 균형' 가장 잘 잡은 나라"

입력
2020.10.07 11:22
호주와 함께 호평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또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칭찬했다. 호주와 더불어 방역을 잘하면서 경제 위기도 비교적 잘 극복한 나라로 한국을 지목한 것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최고경영자(CEO) 협의회 행사에 참석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상충하는 보건과 경제 사이 균형을 가장 잘 잡은 국가로 한국과 호주를 꼽았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발병이 급증하던 올해 4월부터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와 서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의 방역 체계를 호평해왔다.

게이츠는 한국의 성공 비결로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학습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는) 기하급수적으로 퍼지는 병인 만큼 초기 약간의 정보가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향한 비판도 빼먹지 않았다. 게이츠는 “이번에 우리가 배우고 혁신을 해서 다음 번에 똑같은 일이 생기면 더 잘할 것이라고 정말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2월과 3월의 실수들과 씨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이츠는 2021년 말이면 코로나19가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내년 말쯤 정상에 가깝게 돌아갈 것”이라며 “그게 최선의 경우”라고 말했다. 다만 국가별 정상화 시점은 차이가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내년 말은 부유한 나라들에 해당하며 개발도상국은 백신이나 치료제 보급이 오래 걸려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선 “여전히 (임상시험 단계의) 백신들이 성공할지 모른다”며 “(백신) 생산 능력 증대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또 “미국과 다른 나라 간 (백신) 할당이 최대 논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러시아 및 중국과도 논의하고 있지만 “그들의 백신 중 어떤 것도 3단계 임상시험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경계했다.

현재 게이츠는 MS 경영에서 손을 뗀 뒤 빌앤드멀린다재단을 설립해 빈곤과 열악한 보건의료 해소에 힘쓰고 있다. 그는 4월 세계 주요국 언론사에 실은 특별기고문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적인 공공재로 분류해 제한 없는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4개국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지원하며 150만달러(약 18억원)를 쾌척하기도 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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