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느슨하게 대처하며 '집단면역' 논란을 일으킨 스웨덴이 방역 강화 쪽으로 기울었다. 진단ㆍ추적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의료진에 한정했던 밀접 접촉자 격리 지침도 일반 대중으로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스웨덴식 집단면역'이 정작 자국에서는 버려지는 카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6일(현지시간) "스웨덴이 코로나19 진단검사 속도를 노르웨이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인접국의 방역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등 조용히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이 끝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1일 스웨덴 공공보건청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가족은 증상이 없더라도 7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접촉자 격리 지침은 보건의료 종사자에게만 적용됐다. 또 인후통 등 감기 증상의 경우에도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스웨덴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안팎의 비판을 감수한 채 강력한 봉쇄 대신 느슨한 방역 대책을 고수해 왔다. 집단면역을 공식적인 정책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공개된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의 이메일에는 그가 집단면역을 목표로 삼고 있는 듯한 내용이 담겨 논란이 됐다.
코로나19 집단면역 형성 기준은 인구의 40~70%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백신의 도움 없이는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날 현재 스웨덴의 누적 사망자는 5,880여명으로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가 유럽에서 스페인ㆍ영국ㆍ이탈리아 다음으로 많은 580명대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꾸준히 하락해 지난달 초엔 진단검사 중 양성률이 1.2%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확진자가 늘고 있다. 수도 스톡홀름에선 지난주 신규 감염자가 지난달 둘째주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을 정도다. 사이언스는 "한 때 확산세가 주춤한 것은 도심을 떠나 별장으로 길게 휴가를 떠나는 스웨덴식 여름휴가 전통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집단면역 실험의 실패를 인정하는 듯한 스웨덴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텡넬 공중보건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확산세가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극적이진 않지만 서서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토르비외른 솔스트룀 영국주재 대사는 "정부가 요양원 집단감염 등 약자 보호에 실패한 이유와 어떻게 다르게 조치했어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가족 접촉자 자가격리 지침조차도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까지의 아동ㆍ청소년은 제외시키는 등 스웨덴의 방역 정책은 여전히 느슨해 과학계의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괴란 한손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공공보건청은 국내외 과학계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이 사실상 집단면역 전략을 폐기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기퇴원 당일 보건복지부 장관, 의학고문 등과 집단면역 관련 회의를 열었다. 앤드루 유잉 스웨덴 예테보리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스웨덴식 전략을 따라할까 걱정"이라며 "이미 우리는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