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이유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은 미국과 옛 소련의 대립이 극심하던 냉전 시대에도 정치적 이슈를 문제 삼아 올림픽에 불참하지 않았던 터라 이례적인 강경 조치로 해석된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위구르족을 상대로 한 “심각하고 지독한 인권탄압의 증거가 명백히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라브 장관은 ‘인권 문제로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스포츠와 정치, 외교는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해질 시점이 온다”고 답했다. 이어 “증거를 수집하고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공조하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무엇이 있는지 검토해보자”며 보이콧도 가능하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라브 장관은 윌리엄 왕세손에게 베이징올림픽에 불참하라고 조언하겠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것은 (위구르 탄압) 증거를 검토하고 공조 절차를 확대할 경우 나오게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왕세손의 고모이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딸인 앤 공주가 영국올림픽위원회 회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왕실도 베이징올림픽 불참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구금, 학대, 강제 불임 시술은 영국이 그냥 외면 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야당도 베이징올림픽 불참을 촉구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노동당 소속 그레이엄 스트링어 의원은 “1980년 모스크바하계올림픽 당시 마거릿 대처(당시 영국 총리)의 대처를 다시 상기하고 싶다”며 “그는 실패했다”고 잘라 말했다. 영국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았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서방국가들이 대거 모스크바올림픽을 거부했지만 영국 동참하지 않았다. 심지어 영국은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 무대로 전락한 1936년 베를린하계올림픽에도 참가했었다.
영국의 강경 행보는 위구르족 인권 침해 문제를 놓고 중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진 것과 무관치 않다. 대다수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미국, 영국 등 39개 국가는 이날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족 인권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홍콩 상황에도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주유엔 독일 대사는 “우리는 중국에 인권, 특히 신장과 티베트의 종교 및 소수민족 권리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는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포함한 독립적인 관찰자들에게 신장에 대한 즉각적이고 유의미하며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구르 인권유린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할 경우 성명에 동참한 국가들도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