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기득권 표적' 김종인의 노동개혁, 40년 숙원이었다

입력
2020.10.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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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느닷없이 노동관계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동 유연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 관련법과 더불어민주당이 추동하는 '공정경제 3법' 병행 추진을 여권에 전격 제안했다. "마침내 보수 본색을 드러냈다" "공정경제 3법 처리를 위한 포석" 등 해석이 난무하다. 김 위원장은 왜 지금 '노동개혁'을 화두로 꺼낸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위원장의 제안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40년도 더 된 김 위원장의 숙원이다.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그는 "한국의 노총은 앞다투어 과격해지는 편향된 성격의 정치 집단"이라 직격했다. 그러면서 만악의 근원이 '기업노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기업 내에는 노조가 있어서 안 된다"고 주장했다.

40여년 동안 노동 문제에 손을 대려했지만 끝내 해결하지 못한 회한은 회고록 곳곳에 묻어 있다. 김 위원장은 "1980년 9월 청와대에 들어가 노동관계법을 근대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보고했다"고 썼다. "박정희 정부 시기 노동관련법 전체를 재편해보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 때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노동관련법 정비를 제안해 보았다 등의 대목이 있다. 즉흥적으로 노동 개혁을 꺼낸 건 아니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의 구상은 쉬운 해고가 대표하는 보수의 전통적 노동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그의 문제 의식은 '노조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즉 '노조의 기득권화'로 요약된다. 안정적이고 큰 기업의 노조는 절대 권력이 되는 반면, 취약한 기업에선 노조 결성이 불발되거나 힘 없는 노조에 그치는 현상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노조에서 배제되는 '노ㆍ노 차별'도 김 위원장이 고심하는 지점이다. 그는 회고록에서 산업별ㆍ직능별 노조를 기본 골격으로 하되, 노조를 기업 밖에 두는 독일ㆍ북유럽식 노사협의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노련한 김 위원장이 지금 이슈를 던진 데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 그는 최근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추진으로 국민의힘 내부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했다. 당내 기반이 없는 그로선 돌파할 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노동 유연성 강화'를 표면에 내세운 노동 개혁 의제를 꺼내들면서 보수 진영과 재계를 다독이며, 정치적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 중심의 노조 기득권은 보수의 오랜 표적이었다.

공정경제 3법에 비판적이었던 당내 기류부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6일 MBC 라디오에서 "경제관련 3법(공정경제 3법)을 노동관계법과 함께 가급적 이번 정기 국회에서 결론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3법의 구체적 조항을 검토하겠다'던 기존 입장보다 전향적인 태도다.

다만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김 위원장의 제안을 바로 거부했다. 공정경제 3법과 노동관계법 연계 처리는 물론, 노동관계법 개정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실망스럽다. 논의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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