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역전"…中,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조심스레 무게

입력
2020.10.06 15:00
트럼프 조기 퇴원으로 지지층 결집 전망
"4년 전 대선 당시보다 상황 나쁘지 않아"
선거용 '쇼' 비판도... "'반짝 효과' 그칠 것"

"전세가 역전됐다."

중국 일부 매체가 6일 내놓은 미국 대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고도 사흘만에 조기 퇴원하면서 상황이 유리하게 바뀔 가능성을 점친 것이다. 반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쇼"라는 비판과 함께 "방역 실패로 트럼프가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은 지금 조심스레 손익을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 확진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체로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신 '시간' 변수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회복할수록 대선가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본 것이다. 텅쉰왕은 "트럼프는 자신의 코로나19 확진과 퇴원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며 "병원 주위에 몰려든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4년 전에 비해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첫 TV토론에서 '트럼프가 이겼다'는 응답은 28%로 2016년의 27%보다 1%포인트 높은 반면 '조 바이든이 승리했다'는 답변은 60%로 4년 전 힐러리 클린턴(62%) 후보보다 낮다는 게 근거다. 리취안(李泉) 중국 충칭대 경략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대선 당시 힐러리는 신의 가호를 받은 듯 선거를 한달 앞두고 백악관 입성이 기정사실화됐지만 이후 불과 20일만에 상황이 뒤집혔다"면서 "트럼프가 막판 표심을 뒤흔들 충분한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 평균 8%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다. 하지만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연구소가 트럼프 대통령 확진 직후인 4일 실시한 설문에서 트럼프 대통령(46%)은 전국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45%)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또 플로리다ㆍ미시간 등 6개 경합주에선 47%대 43%로 차이를 벌렸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 320명을 확보해 바이든 후보(218명)를 제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중국 매체들은 "민주주의연구소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한 곳"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이처럼 트럼프의 약진을 예상하면서도 "그렇게 서둘러 퇴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으로 비치는 현 상황이 '반짝 효과'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트럼프의 건강에 대한 장밋빛 이미지를 강조할수록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무척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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