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원치료 사흘만인 5일(현지시간) 조기 퇴원을 강행했다. 그는 백악관으로 돌아오자마자 마스크를 벗어던졌고 대선 유세 재개 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속출로 백악관과 선거캠프가 사실상 초토화된데다 건강 악화 가능성도 여전해 앞길은 평탄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입원 중이던 메릴랜드주(州) 월터 리드 군병원 건물을 나서 전용헬기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흰색 마스크를 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엄지를 들어 보이거나 주먹을 쥐어 흔들기만 했다. 백악관 발코니에 서자 마스크를 벗었고 성조기를 뒤에 두고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미 CNN방송은 "'나는 강하고, 코로나19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퇴원 전 트위터에도 "정말 상태가 좋다.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도록 하지 말라"고 썼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 등 의료진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퇴원이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호흡기 문제나 열도 없었고, 혈중 산소포화도 수준 역시 정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의 만류에도 4일부터 퇴원하겠다고 고집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퇴원을 서두른 건 11월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는 2일 새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같은 날 오후 입원해 건강 이상설 등에 시달렸다. 그 사이 경쟁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후 경합지역인 미시간ㆍ플로리다 현장유세로 지지자들을 규합했다. 10월 반전을 노렸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뼈아픈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곧 선거전에 돌아올 것"이라며 "가짜뉴스가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지지층을 독려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최소 10일은 격리 상태에 있어야 한다. 또 이날 퇴원하는 과정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 난간을 잡는 등 몸 상태가 최선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최측근인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백악관도 초비상이다. 이달 들어서만 백악관 내 확진자가 벌써 13명째다. 빌 스테피언 선거캠프 본부장 등 선거전을 이끌 핵심 멤버들도 마찬가지 신세다.
트럼프 캠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온라인 선거전을 활용한다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프로젝트'를 준비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현장 즉흥연설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시간이 앞으로도 일주일 이상 이어지고, 코로나19 이슈가 계속 거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