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좌초설'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 항소심서 전부 무죄

입력
2020.10.06 18:17
"공익 위한 글... 비방 목적 있었다고 단정 어려워" 
1심 일부 유죄 판단 뒤집혀... 무죄 부분도 유지

‘천안함 좌초 후 충돌설’과 함께 “정부가 사고 원인을 조작하고 구조작업을 지연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기소된 신상철(62) 전 서프라이즈 대표가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의 일부 유죄 판단이 뒤집힌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강열)는 6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전 대표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지난 2016년 1월 ‘천안함 좌초설’ 주장에 대해선 “사고원인 자체에 대한 의혹 제기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일부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신 전 대표가 올린 글 가운데 △군 관계자 등이 생존자 구출 및 수색, 인양을 늦추고 있고 △당시 국방부 장관이 선체의 긁힌 자국을 지워 증거를 인멸했다는 취지의 내용 등은 “악의적 비방목적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유죄 부분에 대해 “게시글의 주된 목적은 구조작업의 조속한 진행이나 투명한 정보 공개와 같은 공익을 위한 것으로, 공직자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게시글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포함돼 있고, 공격적이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점은 비판의 여지가 크다”면서도 “학문적 논쟁과 사상의 자유 영역에서 다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한 비판까지 형사처벌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논쟁 자체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1심 무죄 부분에 대해서도 “일부는 허위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허위성을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비방의 목적이 없다”면서 결론을 유지했다.

신 전 대표는 2010년 4월부터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34건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부 합동조사단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같은 해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항소심 선고는 기소된 지 약 10년 2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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