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재산세 감면, 청년기본소득 실험 등 파격적인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조은희 구청장의 포석이라는 분석과 함께 그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도 파격적이어서 법적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탓이다.
우선 추석 연휴 직전 알려진 재산세 감면 정책. 서초구의회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소유자에게 이미 납부한 재산세 중 일부를 환급하는 ‘서초구 구세 조례 일부개정안’을 지난달 25일 의결했다. 서울시 몫 50%를 제외한 나머지 서초구 몫 50%의 절반, 즉 전체 납부액의 25%를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서초구는 개별 환급액이 최소 1만원에서 최대 45만원, 평균 10만원 정도로 예상한다.
재산세 감면 근거로 서초구는 ‘지자체장은 재해 등 발생으로 재산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대 50%를 가감할 수 있다’는 지방세법 규정(제111조3항)을 들고 있지만, 서울시가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다. 서초구는 “코로나19 재난으로 경제가 침체하고, 정부의 공시가격 조정으로 재산세 상승률이 어느 해보다 높아 국민들의 세금 고통이 가중된 현실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서울시는 행정안전부에 의견을 구하는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시 관계자는 “지방세법의 재산세 과세표준 구간에 없는 9억원 이하가 사실상 신설되는 부분과 재산세를 개별 자치구가 탄력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라며 “두루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 서초구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서초구가 서울시의 요구를 뿌리치고 강행할 경우 서울시는 조례 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책 시행은 미뤄진다. 서초구는 ‘연내’ 환급을 약속한 상황이다.
서초구는 또 관내 청년 300명에게 2년간 매달 52만원씩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사회정책 실험’을 위한 조례안을 구의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조례안이 의결되면 구는 내년 1월부터 이 정책을 실행하며 그 효과를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다. 예산(22억원)은 연례 사업이나 각종 경비를 아껴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재정이 가장 탄탄하기에 가능하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서초구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54.7%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다. 이에 대해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울시가 공동과세된 재산세를 거둔 뒤 25분의 1로 똑같이 나눠 각 자치구에 분배한 이후 재정능력을 평가하는 ‘조정재정력지수’에선 서초구가 21위”라며 “재정자립도 보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5개 자치구 구청장 중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유일하게 야당(국민의힘) 소속인 점도 이 같은 파격 정책들의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각 자치구가 정책을 펼 때 보조를 맞추려는 성향이 있고, 같은 당이면 그런 성향이 더 짙어진다”며 “그러나 조 구청장은 야권 구청장이라 그런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당 후보로 조 청장이 거론되는 상황과 연결 짓기도 한다. 보수정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여당보다 더 파격적인 정책으로 차별화,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박원순 시장 서거 전부터 관련 기관에 의뢰해 준비해온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