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만 중대 위험?...법조계 '차벽 설치는 위헌'

입력
2020.10.0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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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자유 과도한 침해" 비판 목소리 비등

경찰이 개천절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차벽’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지만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집회 당시 등장했던 차벽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던 점을 들어 이번 차벽 또한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 300여대의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펜스를 쳐서 광장 전체를 봉쇄했다. 광장에 들어서는 길목마다 경찰이 방문 목적을 물으며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5일 차벽 설치와 관련해 "범죄예방과 제지 차원에서 조건을 갖춰 차벽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여러 명이 모이는 행위에 대해선 사실상 집회에 준하는 형태를 띠었기 때문에 진입 차단, 해산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조치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의해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제한(침해)의 최소성 등을 따라야 하고, 이를 어길 땐 위헌이라는 얘기다.

법조계의 위헌 주장은 2011년 헌재 결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09년 6월 경찰이 추모 집회를 막는다며 서울광장 주변에 차벽을 세우고, 출입을 원천봉쇄한 것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의 통행 제지 행위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취할 마지막 수단’이며, 별도 통행로를 확보하는 등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개천절 차벽 또한 헌재가 지적한 ‘제한의 최소성’에 어긋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력대응을 하더라도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이를 어기는 사람만 제지하면 모를까, 모든 시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가정해 광장을 사실상 원천봉쇄한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도 “광화문은 항상 우발적인 집회 가능성이 있는 곳인데, 그러면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광장을 계속 닫아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대응의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치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집회의 자유도 생명권만큼 보장해야 할 중요한 권리”라며 “과도한 기본권 제한은 민주주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회ㆍ행동의 자유와 방역이라는 공익 간의 법익을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양홍석 변호사도 “감염병 확산은 놀이공원이나 지하철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면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며 “광화문 집회라고 특별히 위험이 더 커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8ㆍ15 광화문광장 집회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차벽 설치를 무조건 위헌으로 볼 순 없다”며 “과도해 보이긴 하나 방역의 시급성을 생각하면 필요한 조치로 인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경찰이 9일 한글날 도심 집회도 차벽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밝히면서 위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보수단체에서 한글날 집회 강행을 선언한 가운데 김창룡 경찰청장은 "집회신고와 위험요인 등을 방역당국과 깊게 협의해 감염병 위험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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