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강경화 거리두기...'국민 눈 높이'도 선별적

입력
2020.10.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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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부 '정치적 동지 의식 작동' 비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미국행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민 눈 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처신"이란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시국에 요트 구입을 위해 해외 여행을 떠난 기득권층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여권이 발빠르게 강 장관과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하지만 조국 및 추미애 법무장관을 둘러싼 논란에서 "위법 행위는 없다"며 범법성을 잣대로 두 장관을 사수해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여 '선별적으로 국민 눈높이를 적용하는 이중 잣대'라는 뒷말도 적지 않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강 장관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여행 논란과 관련해 "방역에 자유로운 국민은 있을 수 없다"면서 상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이 교수는) 장관의 배우자이면서 명예교수이니 공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직자나 공인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다시는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이낙연 대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김태년 원내대표)" 등으로 비판한 데 이은 것으로 당 지도부가 일제히 강 장관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다. 강 장관이나 이 교수가 현행 법을 어긴 것은 없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적 비난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권의 이 같은 대응은 조국ㆍ추미애 사태 때와는 딴판이다. 민주당은 추미애 장관 측이 아들 서모씨의 휴가 연장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이어진 최근까지 "위법으로 확인된 사실은 없다"면서 위법성을 주요 잣대로 내세웠다. 추 장관 아들이 최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으나 "보좌관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는 추 장관의 해명이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난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도 여권은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권은 되레 "쿠테타 세력이 국회에서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9월 16일 홍영표 의원)", "(제보자의) 언행을 보면 단독범이라 할 수 없다(9월 12일 황희 의원)"면서 정치적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추 장관 감싸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와 미심쩍은 장학금 혜택 등 각종 논란을 두고 '불공정'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여권은 "위법성이 확인된 게 없다"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식으로 조 전 장관을 옹호했다.

이 같은 이중 잣대를 두고 여권이 검찰개혁만 내세우다 자승자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이 검찰개혁의 상징성 때문에 무리하게 조국 및 추미애 장관을 감싸다보니 결과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고무줄 잣대를 적용하는 게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추미애가 무너지면 자칫 현 정권의 정당성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에 추 장관을 무리하게 감싸긴 했지만, 강경화 장관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아 국민 여론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당 내 '정치적 동지 의식'도 이중 잣대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전 장관과 추 장관은 문재인 정권 출범을 이끌어낸 공신에 속하지만 강 장관은 현 정권에 의해 발탁된 외부 수혜자에 가깝다. 외교부 안에선 "강 장관의 처신이 분명히 부적절했지만 야당의 비판보다 여당의 냉담한 태도가 더 아프다"며 서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강 장관은 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추가로 밝힐 입장이 있냐는 물음에 "송구스럽다는 말씀 거듭 드린다"며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편 이 교수와 이번 논란으로 이야기를 나눈 게 있냐는 질문에는 "계속 연락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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