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과 친선’ 공헌에 주는 훈장, 日 전범 용의자도 받았다

입력
2020.10.05 18:20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 훈장을 받은 외국인 중에서 일본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교 훈장은 국권신장 및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으로 역대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우호 증진에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일본인에 대한 수교훈장 수여가 현격하게 줄어 들어 대일 관계 악화가 반영된 모습이다.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 받은 ‘역대 외교부 추천 국적별 수교훈장’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1962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142명, 미국 122명, 벨기에 111명, 독일 106명, 태국 98명 순으로 수교 훈장을 수여했다. 4강 외교국으로 꼽히는 러시아는 26명, 중국은 5명에 그쳤다.

모든 정부 부처가 수교훈장 수훈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양국 우호 증진에 힘쓴 외국인에 대해서는 관례상 외교부가 추천해 왔다. 그간 한국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외국 대사가 이 같은 공로로 수교 훈장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1962년부터 외교부 추천으로 154개국의 외국인이 수교 훈장을 받았는데 국가별 평균치를 따지면 16명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142명의 일본인에게 수여된 수교 훈장이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정부별 일본인 수여 현황을 보면 49명의 일본인이 수교훈장을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가 가장 많았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전범에게도 수교 훈장이 수여돼 논란이 적지 않게 일었다.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일본 총리, 역시 A급 전범으로 연합군에 체포됐던 우익인사 고다마 요시오(兒玉譽士夫)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일본인 수훈자는 전두환 정권 19명, 노태우 정권 17명으로 점차 줄었다.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각각 13명, 노무현 전 대통령 12명, 이명박 전 대통령 11명,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6명,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는 2명의 일본인이 수교훈장을 받았다. 외교부는 유독 일본인이 많은 수교훈장을 받은 데 대해 구체적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홍걸 의원은 “전범용의자 등 우리나라의 국격을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수여된 서훈을 취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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