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인터뷰] 이경미 감독, 만화적인데 유치하지 않은 '보건교사 안은영'만의 밸런스

입력
2020.10.05 13:46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이 색다른 명랑 판타지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경미 감독은 5일 취재진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의 연출 비하인드에 관련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보건교사 안은영'은 이경미 감독의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더욱 기분 좋게 인터뷰에 나선 이경미 감독이 시리즈 팬들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전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다. 동명의 소설 원작자인 정세랑 작가가 이경미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명랑 판타지라는 장르에 걸맞게 이경미 감독은 "원작의 재기발랄하고 긍정적인 면을 가져가려 했다. 소설이 여성 히어로물의 소재를 갖추고 있다고 느꼈고, 그 중 마음을 움직인 에피소드를 은영이의 성장 드라마로 묶어가는 구조적인 고민을 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안은영과 홍인표를 좋아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처음 '보건교사 안은영'을 만난 건 운명 같았다. 이경미 감독은 "'비밀이 없다'를 보여줄 기회가 한정돼 있다는 것에 아쉬움과 무기력함을 느낄 당시 넷플릭스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제안 받고 이번에 공개하면서 제가 그동안 만든 작품 중 좋은 반응과 축하 연락을 가장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정유미 남주혁과의 협업도 특별했다. 이경미 감독은 "영화에 비해 바쁘고 일의 양이 많았지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정유미 남주혁 덕분에 늘 현장이 즐거웠다. 정유미는 상상할 수 없는 연기 톤과 다양한 리액션을 선보이고, 현장을 좋아하는 배우다. 남주혁은 굉장히 많은 고민 끝에 깜짝 선물처럼 연기를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젤리로 대표되는 설정 속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경미 감독의 의도가 '보건교사 안은영'의 다양한 요소로 펼쳐졌다. 이경미 감독은 "한국어 가사 노래가 거슬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번 시도해봤다. 초현실세계 이야기다보니 사람 목소리가 은근하게 깔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밖에도 중요한 부분에 영어 자막과 별개로 한국말을 예쁜 글씨체로 화면에 녹여냈다. 소설에 없던 수산시장이라는 공간을 비롯해 여러 한국 문화적인 요소도 적극적으로 넣고 싶었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만화적이지만 유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젤리도 "귀여워서 계속 보고 싶은데 징그럽다"는 의도를 살려 탄생시켰다. 이경미 감독은 "안은영이 만화적이면서도 여전사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길 바랐다. 액션 씬이 많다보니 바람에 반응을 잘 할 만한 소재의 의상을 선택했다. 이런 움직임이 한국적인 선과도 연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밖에도 터틀넥으로 상처를 숨기는 비밀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표현하는 등 의상으로 은영이를 설명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6부작 이후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이경미 감독은 "넷플릭스가 결정할 문제라 잘 모른다"면서도 "다음을 위해 아껴두고 밑밥만 깔아둔 에피소드도 있다. CG와 음악이 완성된 버전을 보니 다음에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즌2는 누가 만들더라도 재밌게 나올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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