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공모 '스타트'… "마지막 영끌" "너무 비싸" 투자자들 고심

입력
2020.10.05 12:15
6일까지 일반 공모주 청약
'1억 1주' 예상에 "포기"도 적잖아
첫날 증거금 8조6000억 몰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총알(현금) 1억원인데 1주라니, 고민되긴 하네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일반 공모주 청약이 5일 시작된 가운데, 투자자의 막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가 끌어 모았던 청약증거금(58조5,000억원) 기록을 깰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빅히트 공모주를 배정받는 일이 '로또' 당첨 만큼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억대 뭉칫돈을 손에 쥔 투자자 사이에서조차 "돈이 없어 이번 청약은 포기한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증거금 100조 몰릴 것" 열기 후끈

빅히트의 공모주 청약은 이날부터 6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공모가는 13만5,000원이다. 공모주 청약의 예고편 격인 기관 수요예측 당시 경쟁률 1,117대 1을 기록한만큼, 이번 청약에 100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려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번 청약엔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BTS가 거느린 팬클럽 '아미'까지 가세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빅히트가 운영하는 BTS 팬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위버스'의 구독자는 현재 725만명에 이른다.

이 떄문에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을 경우 증거금 1억원을 넣어도 1주(6,750만원)만 배정받을 수 있다. 만약 카카오게임즈 청약 때와 같은 금액(58조5,000억원)이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빅히트의 예상 경쟁률은 613대 1이다. 이 경우 청약 증거금으로 약 4,100만원을 넣어야 1주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청약에도 마통(마이너스통장)과 대출 등을 이용한 '영끌'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설사 1주 밖에 배정 받지 못한다고 해도 상장 직후 '따상(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배로 시작해 상한가 직행)'을 기록할 경우 21만6,000원의 평가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앞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모두 상장 첫날 가뿐하게 따상을 기록한만큼, 일단 주식을 배정 받기만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오는 15일 코스피 상장 후 첫날 빅히트 주가는 최대 35만1,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가격 비싸" "기대수익 별로" 신중론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공모가격 탓에 일찌감치 청약을 포기한다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한 주식 투자자는 "가진 돈 2억원 다 털어봤자 2주 정도면 다른 주식에서 돈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모가격 대비 주가 상승률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들도 적지 않다.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 물량을 제외하고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이 1조원대에 이르는만큼, 주가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는 전망이다.

한편 이날 빅히트 공모주 청약에 몰린 증거금은 총 8조6,242억원으로 집계됐다. 통합 경쟁률은 89.6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상장한 SK바이오팜(약 5조9,000억원)의 첫날 증거금 기록은 깼지만 카카오게임즈(약 16조4,000억원)와 비교하면 증거금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경쟁률 역시 지난달 1일 카카오게임즈의 첫날 경쟁률(427대 1)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빅히트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인수단)이다. 증권사마다 보유 물량이 달라 어느 증권사에서 청약하느냐에 따라 배정받는 물량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NH투자증권(64만8,182주)이 가장 많은 물량을 가지고 있어 경쟁률이 비교적 낮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첫날 경쟁률도 NH투자증권(69.77대 1)이 한국투자증권(114.82대 1), 미래에셋대우(87.99대 1)보다 낮았다.

조아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