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트럼프, 산소 결핍 치료에도 '깜짝 외출'로 건재 과시

입력
2020.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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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트럼프 대통령 2차례 산소포화도 기준 이하"
산소 결핍 치료 위한  덱사메타손 복용도
트럼프, 입원 병원 주변 지지자 만나러 외출 후 복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혈중 산소포화도가 2차례나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스테로이드 치료까지 병행했다. 백악관과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며 5일(현지시간) 퇴원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건강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 및 의료진은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치료 중인 메릴랜드주(州) 베데스다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 치료 경과를 공개했다. 콘리 주치의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코로나19 확진 후 2일과 3일 두 차례 산소포화도가 정상 기준 이하로 떨어졌다고 시인했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일반적으로 95% 이상이면 정상으로 간주되나, 94%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한 차례 93%까지 떨어졌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94% 이하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후 백악관에서 병원으로 옮겼다.

의료진은 이와 관련해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환자에게 처방하는 기본 치료제인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을 트럼프 대통령이 복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NYT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의료진은 이를 확인하지 않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를 2차례 투약했다고 콘리 주치의는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상 트럼프 대통령 폐에 손상이 있는지, 음압병실 치료 중인지 같은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치료 경과가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 일원인 브라이언 가리발디 박사는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처럼 상태가 계속 양호하다면 이르면 내일(5일) 백악관에 돌아가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퇴원시키는 것이 우리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병원 바깥에 있는 팬과 지지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그들은 우리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우리가 이 나라를 어떤 때보다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팩트”라고 밝혔다. 2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 리드 병원에 입원한 뒤 지지자들은 병원 바깥에 모여 지지구호를 외치고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 중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병원 바깥으로 잠시 차를 타고 나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복귀하기도 했다. 깜짝 행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 경호차량 뒷좌석에 마스크를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또 미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진과 다르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설명한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메도스 실장은 3일 언론에 "(코로나19 확진 초기) 24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활력징후(바이탈 사인)가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고 전해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 건강 이상 보도를 하는 계기가 됐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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