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취업난, 30대는 부동산... '추석 민심' 세대별로 갈렸다

입력
2020.10.05 01:00
8면
[민주당 의원들이 전한 세대별 민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국면에서 유례없는 이동 자제 권고까지 떨어진 추석 연휴 국민들의 민심은 어땠을까. 코로나19 사태 뿐 아니라 북한의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논란 등 연휴 직전 다양한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요동친 민심은 이를 접한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묻어났다. 다만 세대별로 주목하는 이슈에는 온도차가 느껴졌다. 이슈가 점점 다양화하고 있지만 세대별로 '수용성'이 다른 까닭에서다. 20대 청년층은 취업난과 이와 연결된 공정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한 반면 30대는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4050세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는 자녀 교육과 고용 불안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국일보는 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각 세대별로 나눠 추석민심을 들어봤다.



20대 최고위원이 들은 20대 민심은... "청년 어려움에 당이 더 신경써야”

당의 유일한 20대 지도부인 박성민 최고위원은 20대의 힘겨운 취업난을 전했다. 그는 “20대가 느끼는 취업의 어려움을 당이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느꼈다”고 청년층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경제위기로 기업이 정규채용을 하기 어려우니 계약직만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취업문이 좁아지자 20대가 로스쿨, 행정고시, 공인회계사(CPA) 등 국가고시에 몰리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정규직 전환,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등 청년층이 ‘공정’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도 이런 ‘고달픈 현실’ 때문이라는게 그의 진단이다. 박 최고위원은 “사회 양극화는 심해졌는데, 부모의 지위가 자녀 인생을 결정하는 경향이 공고화되면서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며 “모든 환경이 똑같아 질 수는 없어도 최소한 ‘출발의 공정’을 보장해야 한다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30대 초선이 접한 30대 민심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민주당이 해결을”

초선이자 서울 동대문을을 지역구로 한 장경태(37) 민주당 의원은 30대 목소리와 관련해 부동산 민심을 제일 먼저 꼽았다. 장 의원은 "집이 없어 결혼이 어렵고 아이 낳기도 힘들다는 게 청년층의 목소리"라며 "민주당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바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자산 격차가 크고 그 중심에 부동산이 있다”며 "기성세대가 다주택을 보유할 수 없도록 정부가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30대 역시도 공정 문제는 빠지지 않은 화두였다. 장 의원은 "공공일자리를 늘리되 선발절차의 공정함과 투명함을 많이들 얘기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채용절차의 투명성에 더 신경써 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과 부산에서 들은 40대 민심은...“교육 격차 심화ㆍ고용 불안 해소에 나서야”

40대 초반의 워킹맘이자 서울 강서갑을 지역구로 둔 강선우(42)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서 이뤄지는 언택트(비대면) 교육이 교육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들었다고 했다. 강 의원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데 자녀를 위해 언택트 교육 방식을 새로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맞벌이, 정보통신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들의 피로감이 심했다”고 했다. 강 의원은 “부모의 교육 수준, 경제 상황, 맞벌이 여부 등이 자녀의 학력 격차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4050세대 경계에 있는 전재수(49) 의원은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민심을 전했다. 부산 북강서갑이 지역구인 전 의원은 “부산에는 자영업자와 대기업 하청업체들이 많다”며 “경제활동 중추인 4050세대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고용안정과 경제민주화에 성과를 내달라는 절박한 호소를 들었다"고도 중장년층의 절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4선 중진이 들은 50대 민심은..."자녀들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을"


생계유지에 대한 걱정은 5060세대로 이어졌다. 4선의 서울 서대문을이 지역구인 우상호(58) 의원은 “은퇴한 50대는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산업구조의 변동 속에서 자신의 아들딸에게 미래가 있을지를 걱정했다”며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지급 등 단기정책에는 그럭저럭 성과를 냈지만 미래 세대가 어떻게 먹고 살지 근본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50대를 넘긴 나이에도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대북 이슈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덜했다"고 덧붙였다.




3선 호남 의원이 접한 60대 민심은... "지역 소상공인과 점주 버틸 수 있게 해줘야"

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이 지역구인 3선의 이개호(61)의원도 "(장년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지역 소상공인과 점주들의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폐업하고 문닫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며 "지금은 버틸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정부 역할인 거 같다"고 했다. 호남의 특성상 민주당에 대한 당부도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경제 운영을 잘 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다만 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의원을 제명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업과 정신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정지용 기자
조소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