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3일 경찰이 서울 도심을 통제한 가운데 보수단체들의 정부 규탄 시위가 산발적인 ‘드라이브 스루’ 시위로 마무리됐다. 몇몇 보수단체들이 소규모 기자회견을 열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는 했지만 큰 마찰 없이 개천절 집회가 끝난 점은 다행이다.
개천절 집회가 불상사 없이 끝난 건 경찰버스 300여대를 이용한 차벽 설치,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등 정부가 과도할 정도로 도심 집회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런 대응은 지난 8월 광복절 집회의 후폭풍을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보인다. 광복절 집회 이후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400명대에 달하는 등 도심집회는 ‘2차 대유행’의 기폭제 역할을 한 걸로 파악된다. 추석 연휴 때 국민들에게 귀향 자제까지 권고하는 등 ‘특별 방역’을 강조한 상황에서 도심 집회로 방역의 구멍이 뚫리는 걸 막아야 했던 정부의 강경 대응은 불가피한 점이 없지 않다.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한 것도 ‘방역이 우선’이라는 공감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한글날에도 서울 도심에는 보수단체 중심의 집회 50건이 예고돼 있다. 경찰은 10명 이상 모이는 집회 금지를 통고한 상황이지만 단체들이 법원 등을 통해 집회 강행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집회 통제가 ‘불가피한 조치’인지 ‘과도한 조치’인지 소모적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작정 집회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연휴 이후 확진자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드라이브 스루 시위, 1인 시위 등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방역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일이 진정으로 공동체를 위한 시민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도 원천봉쇄 수준의 강력 조치 남발을 자제해야 한다. 차벽을 이용한 집회 차단이나 “무관용 원칙 즉시 대응”등의 반응은 헌법이 규정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권 보호와 기본권 행사 사이의 균형 있는 대응조치를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