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 함께쓰기 1호' 이이효재 선생 별세… "여성운동의 역사"

입력
2020.10.0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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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운동의 역사'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4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4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국내 최초로 여성학 교육 과정을 대학에 만들고, 여성학의 이론을 현실 운동과 결합하는 등 한국 여성 운동의 전설이자 역사로 불렸다. 한국여성민우회 초대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등을 지내며 부모 성 함께 쓰기를 처음 선언했고, 호주제 폐지,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도입 및 여성 50% 할당제 등에도 앞장서왔다.

고인은 특히 1990년에는 정의기억연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결성에 참여해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의 저작인 '여성 해방의 이론과 현실'은 많은 이들을 여성운동의 길로 이끌었다.

이화여대 정년퇴임 뒤인 1997년부터는 경남 진해에서 경신사회복지연구소장을 지내며 여성의 사회 참여 관련 정책을 자문해왔다. 유족으로는 딸 이희경씨, 동생 은화(전 이화여대 교수)ㆍ효숙ㆍ성숙씨가 있다.

이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인은)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며 “2017년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녹지원에 한 번 모신 것이 마지막이 됐다. 선생님의 삶에 큰 존경을 바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조의를 전했다.

장례는 여성계의 뜻에 따라 여성장으로 치러진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국회 부의장,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장하진ㆍ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80명이 공동장례위위원장으로 참여한다.

빈소는 경남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 오전 8시,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온라인(wsri.or.kr)으로도 조문할 수 있다. (055)214-1910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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