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가 졌다"... 美 언론, 첫 대선토론 두고 날선 비판

입력
2020.09.30 13:14
CNN "트럼프, 진흙탕 토론회가 목표였을 것"
폭스뉴스 "술집 싸움 같아... 유권자 좌절"


11월 미국 대선을 한 달 여 앞두고 실시된 첫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가는 냉혹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클리블랜드 격돌’에서 승자를 결정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유권자가 패배한 것이라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이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1차 대선 토론에 대해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을 주도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렇다고 그가 이겼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 초반 1시간 동안 토론을 장악했으며 그 순간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대통령은 토론회 물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토론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토론의) 승자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작업일 수 있지만 미국 유권자가 패자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폭스뉴스는 이번 토론을 두고 “술집 싸움과 같은 토론이었다”며 “재미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깨달음의 기회는 없었다”고 혹평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자 크리스 월러스와 바이든 후보를 ‘백악관 기자’처럼 짓밟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토론 태도를 문제삼았다. 폭스뉴스는 “TV를 지켜보는 유권자들도 좌절했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친(親)공화당 성향 보수 채널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 퍼레이드’를 견디지 못한 셈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두 후보가 현대 미국 정치에서 전례가 없는 경멸을 보였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 주장을 제기하면서도 정책 문제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꺼렸다”며 “바이든 후보의 건강 등에 대해 노골적 비난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회를 서커스로 바꾸려 노력했다”며 “토론에서는 분노가 쏟아졌지만 유권자들이 (토론 때문에) 선택을 바꿀 것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추악한 밤”이라고 이날 토론을 정의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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