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8)을 부상으로 가동하지 못한 토트넘이 승부차기 끝에 첼시를 따돌리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에 올랐다. 토트넘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경기 도중 급히 화장실을 다녀오고, 이를 뒤늦게 알아챈 조제 모리뉴 감독이 그를 찾아 헤매며 벤치를 비웠음에도 그들은 이겼다.
토트넘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 카라바오컵 4라운드(16강)에서 첼시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둔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겼다. 난적 첼시를 제압한 토트넘은 12월 예정된 8강에 오르게 됐다.
토트넘은 앞선 27일 뉴캐슬과의 프리미어리그(EPL) 전반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손흥민의 공백 속에 이번 경기에 나섰다. 손흥민과 더불어 팀 공격을 이끄는 해리 케인도 벤치에 앉은 채 공격진에는 에릭 라멜라와 스테번 베르흐베인이 선발로 나섰다.
먼저 앞서나간 쪽은 첼시였다. 전반 19분 오른쪽 측면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의 크로스를 페널티 아크 쪽에서 받은 티모 베르너가 오른발 강슛으로 골문을 열었고, 토트넘은 후반 38분에야 라멜라의 극적인 동점 골로 무승부를 만들었다.
1-1 균형이 깨지지 않으면서 결국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 팀이 가려졌다. 토트넘에선 에릭 다이어, 라멜라,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모라, 케인이 차례로 성공했고, 첼시는 태미 이이브러햄, 아스필리쿠에타, 조르지뉴, 에메르송까지는 모두 잘 차 넣었으나 5번째 키커인 메이슨 마운트가 실축하며 경기가 끝났다.
이날 경기는 승부만큼이나 다이어의 ‘화장실 소동’이 화제가 됐다. 후반전 경기 도중 조제 모리뉴 감독이 갑자기 라커룸 쪽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그 직후 다이어가 라커룸 밖을 뛰어나가는 장면이 이어졌는데, 생리 현상을 참지 못하고 들어간 다이어를 모리뉴 감독이 찾으러 간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폼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황급히 달려 나간 다이어는 경기를 계속 뛰었다. 풀타임을 소화하고 승부차기 첫 키커로 성공하는 등 승리에 힘을 보탠 다이어는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됐다. 그는 경기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MOM 트로피를 라커룸 변기 위에 올려둔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감독님은 좋지 않았겠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었다”며 “자연이 부르고 있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