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ㆍ국밥 안 팔아요"… 실내 취식 금지된 만남의광장 휴게소

입력
2020.09.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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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말죽거리 소고기 국밥 안 판다고요?”

29일 낮 12시 서울 서초구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에 들른 가구 배달 기사 우영환(73)씨는 실망한 듯 판매 직원에게 재차 물었다. 직원 신승엽(27)씨는 "오늘부터 휴게소 내 취식이 금지돼 아쉽지만 휴게소에서 국밥은 못 드신다"며 "포장 도시락이 준비돼 있으니 그걸 구입해서 차 안에서 드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두 번이나 서울만남의광장 휴게소에서 점심식사를 했던 우씨는 “엊그제도 여기서 국밥을 먹었는데 오늘부터 못 먹게 된다니 어쩔 수 없다”면서도 “차에서 혼자 먹으면 답답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오늘부터 6일간 휴게소 취식 금지

본격적인 추석 연휴 귀성 행렬이 시작되는 29일부터 6일간 전국 휴게소 내 취식이 금지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자차를 이용해 귀성길에 오르는 이들이 늘어 귀성객이 몰리는 휴게소가 코로나 방역에 취약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이번 조치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196개 휴게소에 적용된다.

휴게소는 입구부터 마치 보안 기관을 들어가는 것처럼 출입이 대폭 강화됐다. 건물을 둘러싼 총 4개의 출입문 중 절반이 봉쇄됐고, 입구에는 대형 열화상 카메라ㆍQR코드 등 방문객의 체온과 출입을 확인하는 장비들이 배치됐다. 휴게소 안쪽은 실내 취식이 금지된 만큼 의자와 식탁들은 한쪽 구석으로 치워졌고, 대신 터치 스크린 형태의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가 손님들을 맞이했다.

'간편 전화 체크인' 출입정보 기록도 이날 첫 선을 보였다. 방문객이 휴게소에 지정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발신자의 전화번호와 방문일시가 서버에 자동 저장돼, 출입 내역을 빠르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방문객 출입을 담당하는 김모(60)씨는 “QR코드 인증하기 어려우신 어르신분들이 간편하게 전화 한통으로 해결하시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전화 요금도 따로 부과되지 않는다고 한다.



방역도 좋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배출 부작용

라면ㆍ우동 등 휴게소 메인 메뉴가 없어지자 키오스크 앞에서 고민하는 귀성객도 늘어났다. 고향인 전북 남원을 방문하기 전 휴게소를 들른 김혜성(30)씨는 “평소에 없던 새로운 포장 도시락이 생겨 뭘 먹을지 고민된다”며 “약간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좋은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제육볶음 도시락을 시킨 주부 이모씨는 “실내에서 취식이 금지되는 건 좋지만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가 너무 많이 배출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오후 1시가 넘어가자 휴게소 오른편에 마련된 7개의 야외 테이블은 도시락을 먹으려는 방문객들로 가득찼다. 네 명 짜리 좌석에 2명만 대각선으로 앉을 수 있게 자리마다 착석금지ㆍ가능 표시를 해뒀지만, 2명을 초과해 식사를 하는 방문객들도 종종 목격됐다. 게다가 테이블 중간을 가로지르는 플라스틱 가림막이 불편한 듯 나란히 옆에 앉아 식사를 하는 방문객들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귀성객 절대수가 줄어들면서 이날 휴게소를 찾는 손님들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유종오(42) 서울만남의광장 운영위탁사 소속 영업과장은 “작년과 재작년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자리가 꽉 찼었다”며 “성묘하시는 분들이 크게 줄면서 올해는 이용객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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