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예년 같으면 연휴 기간 대통령의 깜짝 이벤트 일정을 기자들에게 미리 공개했을 테지만, 이번 추석은 연휴 전날인 29일 대통령 내외의 재래시장 방문, 30일 영상메시지 외에 별다른 일정이 공지되지 않았다. 코로나19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의혹,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등 정국 현안이 산적한 만큼 문 대통령은 그 해법을 고민하면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연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취임 후 네 번째 맞는 문 대통령의 올 추석은 한마디로 '쉼표'다. 지난 3년간의 명절 연휴 모습과도 사뭇 다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추석 연휴를 여유롭게 보냈다. 당시 대체휴일이 도입되면서 연휴는 역대 가장 긴 9일까지 이어졌는데, 그 첫 날인 10월 1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SNS를 통해 전한 영상 메시지에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다”며 이해인 수녀의 시 ‘달빛기도’를 낭송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인근 삼청동의 한 수제비 식당을 찾아 일반시민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즐긴 문 대통령은 다음 날 궁내동 도로공사 교통정보센터를 방문, ‘일일 교통통신원’으로 라디오에 깜짝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추석 당일에는 부산에서 모셔 온 모친과 청와대에서 차례를 지냈고, 대체휴일인 6일 부인 김정숙 여사와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국내 여행 활성화와 함께 국민들의 당당한 휴식 문화를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그에 앞선 그해 5월 SNS에 “저는 노동자의 충전과 안전을 위해 연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은 물론 청와대 직원들도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취임 후 두 번째 맞은 2018년의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연휴였다. 연휴 기간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했고, 유엔총회에 참석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비록 몸은 외국에 있었으나 국민들의 성원 덕분에 마음만은 따뜻한 추석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해 세 번째 추석 연휴는 주로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추석인사를 보냈다. 한복을 차려 입고 찍은 영상으로 국민들에게 명절 인사를 전하는 한편, 라디오 프로그램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이번 명절은 크고 선명한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름달을 보며 소원도 빌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넉넉한 한가위를 보내기를 기원한다"고 인사를 건네 화제가 됐다.
올 추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맞이한 탓에 예년에 비해 침체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고향방문과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방역당국의 당부 또한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2일 영상 국무회의에서 "방역 수칙과 함께하는 안전한 명절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방역의 중요성은 대통령의 추석 메시지에도 담겼다. 연휴 직전인 28일 열린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방역 상황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맞이하는 명절을 맞아,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 만은 함께하며 지친 몸과 마음에 작은 쉼표를 찍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라고 대국민 메세지를 전했다. '지친 몸과 마음에 작은 쉼표'는 국민들뿐 아니라 정국 현안의 소용돌이 속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문 대통령 본인에게도 절실한 추석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