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지난달 신용대출이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은행권의 선제적인 대출 제한 조치가 있었지만, 금융당국도 추석 연휴 이후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등을 통해 본격적인 신용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24일 현재 126조8,86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8월 말(124조3,335억원)에 비해 2조6,116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추세대로라면 이후 3영업일까지 더해 9월 신용대출 증가액은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 8월의 4조755억원보다는 적지만, 역대 2위 증가 수준이다.
이에 은행들은 자체적인 우대금리 및 대출한도 축소와 최저금리 인상으로 먼저 신용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낮추고 금리를 올렸다.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은 최대 4억원에서 2억원으로, ‘KB직장인든든신용대출’은 최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한도가 줄었다. 우대금리도 낮춰 전체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0.1∼0.15%포인트 인상됐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초 거래 실적에 따른 우대금리 줄여 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4일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를 낮췄다. 소속 기업 우대금리 조정 등으로 최대 연 0.4%포인트의 우대금리가 깎였다. 전체 신용대출 금리는 연 0.5%포인트 높아졌다.
그럼에도 아직 자금 수요가 있어 금융권 전반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과의 대책회의 이후, 은행권이 영업점 고액 신용대출을 자제하는 등 나름대로 관리에 나섰긴 했다"면서도 "연휴 직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등으로 대출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본격적인 신용대출 관리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미 구체적인 신용대출 관리안을 밝힌 국민ㆍ우리ㆍNH농협은행에 더해 신한ㆍ하나은행도 연휴 이후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조정할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과 같이 우대금리 조정 및 대출 한도 축소도 함께 진행된다.
또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은행들도 관리에 나선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5일부터 직장인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를 연 2.01%에서 연 2.16%로 0.15%포인트 올렸고, 다른 일반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 조절도 추가로 고려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조만간 일반신용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에서 제출한 계획안은 추석 연휴가 지난 뒤에 본격적으로 적용돼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은행들의 자율 규제로 속도 조절 효과는 있었다. 은행권의 계획에 맞춰 연말까지 신용대출 총량은 충분히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