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같은 고위험상품 팔 땐 은행들 '최대손실액'도 알려야

입력
2020.09.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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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행연합회, ‘비예금상품 모범규준’ 마련
모범규준에 상품 심의, 홍보, 판매 전 과정 규제
올해 말까지 각 은행 내규에 모범 규준 반영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은행권이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 판매에 대한 ‘통제 기준’을 마련했다. 앞으로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홍보할 때는 문자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할 수 없다. 판매할 때는 원금보장 상품과 비교해 원금손실 위험을 소비자에게 인지시켜야 한다. 최악의 경우에 발생할 ‘최대 손실액’도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

불완전판매 막을 '모범 규준' 마련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은행권과 금감원은 DLF 불완전판매 사태의 최대 원인으로, 원금보장 기대가 높은 은행에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상품을 실적 압박에 밀려 허술하게 심사하고 판매한 점을 들었다.

이에 모범규준도 아예 원금손실 위험이 큰 ‘비예금 상품’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판매하는 △펀드 △신탁 △연금 △장외파생상품 △변액보험이 적용대상이다. 다만 안전자산으로 운용되는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펀드상품은 원금손실 위험이 작기 때문에 대상에 제외됐다.

상품 심의부터 홍보, 판매까지 촘촘히 규제

앞으로 은행에선 이런 상품을 팔기 전 ‘상품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심의위에서는 상품 투자전략, 상품 구조, 손실 위험성 등을 따져 판매 여부와 판매 고객군, 판매 한도 등을 정한다. 특히 심의위는 상품 위험도와 구조에 따라 ‘판매 채널’도 제한할 수 있다. 고위험 상품에 구조까지 복잡하면 비대면 채널 판매가 불가능하다.

판매 과정에 대한 규칙도 까다로워진다. 우선 구조가 복잡한 상품의 투자를 권유할 땐 전화, 메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선 안 된다. 광고ㆍ홍보 내용은 은행 준법감시인의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객관적 근거 없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상품을 추천하는 행위는 제한된다.

고위험 상품을 팔 때는 ‘비예금상품설명서’를 제시하고 안전한 예금상품과 비교해 설명해야 한다. 특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고객이 ‘최대 손실발생액’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막연히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설명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고객 정보에 대한 규제도 생겼다. 고객 투자성향 등이 담긴 기존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고쳐 쓰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 고객 정보는 2년마다 갱신해야 하고, 상품을 팔 때 마다 갱신된 정보를 고객에게 안내하고 확인받아야 한다. 판매 과정 녹취 의무 대상도 고령자와 부적합 투자자에서 일반 고객으로 확대된다.

소비자보호임원 '반대' 땐 판매 보류

이런 일련의 ‘상품 심의→홍보→판매’ 과정 전반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상품위원회’도 설치해야 한다. 상품위원회에선 소비자보호담당 임원이 상품 판매를 반대하면 ‘판매 보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위원회 운영은 ‘영업’과 관련 없는 조직이 담당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영업점 성과평가와 비예금상품 판매실적을 연결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정 상품의 판매실적이 성과지표에 들어가는 걸 제한했고, 오히려 비예금상품을 불완전판매 했을 때 성과평가에서 감점요소로 작용한다. 나아가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면 앞서 해당 상품으로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할 규정도 마련했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함께 마련한 모범규준인만큼 모범관행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각 시중은행도 올해 말까지 해당 모범규준 내용을 내규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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