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설이나 추석에 지급하는 이른바 '떡값', 명절보너스(상여금)는 통상임금에 포함될까.
통상임금은 간단히 말해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다. 이 통상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연장ㆍ야간ㆍ휴일수당, 연차수당, 육아휴직ㆍ출산휴가 급여, 퇴직금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에 근무시간을 곱한 액수가 이런 수당의 총액이 되기에, 인정 범위를 두고 노사 간 대립도 첨예하다. 법원이 어디까지를 통상임금으로 보느냐도 항상 중요한 판례가 된다.
만약 평소 추석보너스를 안 주던 회사가 올 추석에 '이번에 실적이 좋다, 다들 고생했다'며 직원들에게 특별격려금 30만원씩을 돌렸다면,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될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통상임금의 대원칙을 제시한 갑을오토텍 임금 소송에서 통상임금의 3대 성립 요건을 판례로 제시했다.
이 판례에 따르면 통상임금의 3대 요건은 △정기성(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지급) △일률성(같은 조건 근로자 모두에게 지급) △고정성(업적ㆍ성과ㆍ정상 근무 등 조건과 무관하게 지급)이다. 그렇기에 어쩌다 한 번 지급된 추석보너스는 정기성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마치 정기상여금처럼 명절보너스도 정해진 시기에 일정액을 매년 지급하는 식이라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매년 설날ㆍ추석이 속하는 달 급여일에 기본급의 100%를 명절휴가비로 지급한다'는 식으로 회사의 지급의무가 명시된 경우가 해당된다. 이학주 노무사는 "명절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판례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회사의 지급의무와 시기ㆍ대상ㆍ금액 등이 사전에 정해져 있으면 대개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변수도 있다. 여러 판례들을 보면 '지급일 당시 재직자에만 지급한다'는 조건이 달린 경우 통상임금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고정성의 원칙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7년 승강기 전문업체 T사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고정적인 임금'은 "근로자가 다음날 퇴직해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해 당연히, 확정적으로 받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규정했다.
쉽게 말해 '일을 하면 추가조건 없이 당연히 지급되고, 금액도 이미 정해진 경우'라면 고정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재직자'라는 조건이 달린다면 고정성(확정성)이 없고 따라서 통상임금도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당시 T회사는 매년 짝수 달과 설ㆍ추석에 100%씩 총 800%의 상여금을 지급했는데, 단협에 이 재직자 조건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이와 달리, 퇴사자에게도 보너스를 근무 날짜만큼 계산해 나눠 지급하는 경우엔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 지난 8월 소송 9년 만에 결론 난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이런 원칙이 적용됐다. 기아차 단협은 명절보너스 등 정기상여금 지급 전에 결근ㆍ휴직ㆍ퇴직한 직원에게도 근무일만큼 일할 계산해 지급하도록 했고, 이 경우 고정성이 인정돼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법원이 기아차의 경우엔 재직 여부 등의 조건을 따지지 않고 확정적으로 명절보너스를 지급했다고 본 것이다.
다만 2013년 대법원 판례부터 줄곧 인정돼 온 이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조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라가 다시 한 번 대법원의 면밀한 판단을 받을 상황이다. 앞서 서울고법이 2018년 12월 세아베스틸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붙이는 것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일방적으로 지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재직자 조건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고, 이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간 것이다.
당시 서울고법은 "상여금의 연원이 은혜적ㆍ포상적 성격의 이윤배분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고정적 금액이 계속ㆍ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형태의 정기상여금은 더 이상 본래 의미의 '상여'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이라고 판단했다. 말만 상여금이지 사실상 임금이지 않느냐는 얘기인데,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통상임금의 '고정성' 원칙에 대한 판례를 바꿀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