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 보란 듯 한국전 전사자 유해 대규모 귀국행사

입력
2020.09.27 20:55
“美 패권 동맹들로부터 지지 못 받아” 주장

중국이 27일 한국으로부터 인도받은 한국전쟁 참전군인 유해 귀국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내달 25일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애국주의를 띄우는 한편,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한국의 호의를 부각하려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중앙(CC)TV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중국군 유해 인도식에서부터 랴오닝성 선양공항 도착, 안장 장소인 '항미원조(抗美援朝ㆍ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 열사능원' 이동까지 5시간에 걸친 의식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공항에서는 생존 참전군인과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의식이 열렸고, 중국 매체들은 참전군인을 영웅화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한국은 2014~2019년 이미 6차례에 걸쳐 중국군 유해 599구를 송환한 바 있다. 이번 7차 인도식에서는 지난해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한 유해 103구를 포함, 총 117구의 전사자 유해가 중국에 넘겨졌다. 참전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행사에 중국은 각별한 공을 들였다. 처음으로 자국산 대형 전략 수송기인 윈(運ㆍY)-20을 이용했으며, 젠(殲ㆍJ)-11B 전투기 2대의 호위 속에 공항에 내리게 하는 등 여러 예우를 했다.

차량에 실린 유해는 이날 도로 통제 속 경찰 오토바이의 호송을 받으며 항미원조 열사능원으로 향했다. 도로 주변 건물 전광판은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 保家衛國ㆍ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와 가정과 나라를 지킨다)’ 등 유해 송환을 환영하는 문구로 채워졌다. 안장 의식은 28일 별도로 이뤄진다. 이틀에 걸쳐 행사를 진행하는 점도 이례적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뿐만 아니라 기술ㆍ교육ㆍ군사 등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는 힘든 시기에 한국이 친절함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한국의 행동은 한국전쟁 때 동맹이었던 미국과 대조된다”며 “한국은 중국의 적에서 친구로 바뀌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패권을 쥐고 중국을 압박한다. 이번 송환은 미국 패권이 동맹들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못 받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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