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의혹' 짙어지는 니콜라… "트럭 디자인도 자체 개발 아냐"

입력
2020.09.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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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직접 디자인한 수소전기 트럭
크로아티아 디자이너 설계 구매 의혹

미국 수소전기자동차 기업 니콜라가 이번엔 주력 모델 차종의 디자인과 관련한 거짓말 의혹에 휩싸였다. 다른 디자이너에게서 구입한 트럭 디자인을 창업자가 직접 설계한 것처럼 꾸며 홍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니콜라가 생산ㆍ기술 능력을 속였다고 주장한 일명 ‘힌덴버그 보고서’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이라 사기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주력 차종 니콜라 원 디자인은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크로아티아 디자이너로부터 구매한 것”이라고 전했다. 밀턴은 2015년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제조업체 리막을 방문했을 당시 디자이너 아드리아노 무드리를 만났다. 무드리가 과거 졸업작품으로 만든 트럭 설계 도면과 가상 3차원(3D) 모델을 밀턴이 수천달러를 주고 샀고, 이는 현재 니콜라 원 디자인이 됐다. FT 보도대로라면 2013년 밀턴이 직접 니콜라 원을 디자인하고 이후 직원들과 완성했다는 니콜라 측 설명은 완전한 거짓이 된다.

디자인 구입설은 테슬라와 니콜라의 소송전에서 흘러나왔다. 니콜라는 2018년 테슬라의 첫 상용트럭 모델 ‘세미’가 니콜라 원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20억달러(2조3,500억원) 규모의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주 열린 심리에서 테슬라는 “밀턴과 니콜라 직원들이 니콜라 원을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무드리 디자인을 구매한 만큼 니콜라 측이 디자인 보호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밀턴이 무드리를 만난 후인 2015년 12월 니콜라 원 디자인 특허를 냈는데, 이 과정에서 무드리를 발명자로 적시하지 않은 것 또한 ‘기만적 의도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테슬라는 “니콜라 원의 일부 특징이 무드리의 디자인에 기반한 사실을 알았다면 특허청이 특허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콜라 측은 “외부 디자인 설계를 구매하는 일은 업계에서 흔한 일이고, 니콜라 원은 무드리의 디자인과는 별도”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FT는 니콜라 원 개발에 정통한 인사의 말을 빌려 “니콜라 내부에서 꽤 오랫동안 무드리 디자인 명칭인 ‘로드 러너’를 니콜라 원 개발 사업명으로 사용했다”고 전하면서 테슬라 입장에 힘을 실었다.

‘제2의 테슬라’로 급부상하던 니콜라는 이달 10일 ‘핵심 기술과 생산설비를 과장해 투자자를 모은다’는 내용의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큰 타격을 입었다. 밀턴은 해당 보고서 내용을 전면 부인했으나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했고 사기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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