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원전 멈춘 이유는 바람 타고 온 '염분'에 노출된 탓"

입력
2020.09.25 16:24


최근 불어닥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멈춰선 이유는 강풍이 몰고 온 염분에 변압기 등 설비가 노출되면서 순간적으로 전기 불꽃이 튀는 '섬락' 현상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태풍으로 인한 원전 가동 중지 원인 조사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달 3일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하면서 일대에 있는 고리 1ㆍ2ㆍ3ㆍ4호기와 신고리 1ㆍ2호기 등 원전 6기에서 외부로부터 들어와야 하는 전원(소외전원) 공급이 끊겨 이 가운데 고리 3ㆍ4호기와 신고리 1ㆍ2호기 총 4기 가동이 정지된 바 있다. 지난 7일엔 하이선 영향을 받은 월성원전 2ㆍ3호기 터빈발전기가 정지됐다.

조사 결과 이번 사태는 원전과 외부 변전소 사이 전기가 오가는 송전 및 부속설비에서 발생한 문제가 원인으로 파악됐다. 강풍이 동반한 염분이 설비에 흡착돼 섬락이 발생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섬락은 순간적으로 전기가 통할 때 불꽃이 튀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송배ㆍ전 설비를 잇는 스위치야드 차단기가 개방되면서 소외전원 공급이 차단됐다. 신고리 1ㆍ2호기의 경우엔 원전이 생산한 전기를 송전탑으로 보내는 점퍼선이 강풍에 날려 철탑구조물에 가까워지면서 섬락이 발생했다.

설비 외부 노출 문제가 확인된 만큼 원안위와 산업부는 주요 설비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식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재발 방지를 위해 주변압기, 대기변압기, 계기용변성기 등 송전 및 부속설비 구간을 밀폐설비로 변경하는 등 외부 노출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외부 노출 취약점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문제와 관련해 원안위 관계자는 "기상상황에 대비하긴 하지만, 이번 태풍은 풍속도 빠른 데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예상보다 염분기가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손상부품 교체, 염분제거 등 보완 조치를 철저히 확인한 뒤 원전 재가동을 허용하고 재발방지 대책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원전은 원자로에서 열에너지를 발생시켜 그 힘으로 터빈을 회전시키고 전기를 생산해 송전설비를 통해 외부 변전소 등으로 송전을 한다. 동시에 원전 내부 안전설비에 필요한 전력은 외부 송전설비로부터 공급받도록 설비가 마련돼 있다. 송전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전기가 오가지 못해 원자로에 에너지가 쌓이고 과부하가 걸리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송전 이상 시 원전은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의 경우도 송전 이상이 감지돼 원전이 자동 중지된 것이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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