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주진모 등 연예인 8명 폰 해킹·협박한 가족공갈단, 1심서 실형 선고

입력
2020.09.24 17:47


배우 하정우와 주진모 등 연예인 8명의 휴대폰을 해킹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족공갈단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21일 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 씨와 남편 박모 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여동생 김모 씨는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남편 문모 씨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언니 김씨와 박씨는 좋은 사회적 평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연예인의 사생활을 해킹 등 방식으로 취득하고 이를 공개한다고 협박해 공포감을 극대화한 다음 돈을 요구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와 박씨가 가담한 범행 피해액이 각각 6억 1,000만 원, 4억 9,000만 원으로, 김씨의 경우 공갈미수 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면 추가로 12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할 뻔 했다. 비록 해킹과 협박행위를 직접 실행한 자가 A씨 등 주범이지만, 피해금액을 환전소에 전달하는 등 기여 정도가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또 여동생과 그의 남편이 가담한 일명 '몸캠피싱' 사건에도 가담한 점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했다. '몸캠피싱' 등의 범행을 한 여동생 부부의 경우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하나, 피해액이 190만원 정도로 많은 액수가 아니고, 주범 A씨가 범행을 주도해 협박행위에 관한 명확한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뉴스1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2~3개월 동안 보이스피싱 구조로 연예인 8명의 휴대폰을 해킹해 협박한 후 총 6억 1,000만 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돈을 보낸 연예인은 8명 중 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일당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에 있는 주범 A씨가 총괄책을 맡았고 한국 통장을 만들고 피해자들과 접촉하며 협박하는 조직원들도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 일당은 몸캠피싱도 시도했으며 연예인 중 몸캠피싱에 당한 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등록 외국인 주범 A씨에 대해서도 국제공조를 통해 수사 중이다.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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