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예전 군인사법의 영창제도는 위헌"

입력
2020.09.24 16:13
재판관 7대2 의견 "신체자유 박탈은 징계 한계 초과"
올해 2월 군인사법 개정으로 이미 영창제도 폐지
구 조문에 따른 영창징계 불복소송 등 일부에만 영향


규정을 어긴 병사 등을 일정기간 가둬두는 영창(민간 경찰서 유치장) 처분을 규정한 옛 군인사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영창 처분은 앞서 올 초 군인사법 개정으로 123년 만에 폐기돼 구 조항에 의해 처벌을 받고 이에 불복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만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헌재는 24일 A씨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결정했다. 옛 군인사법 57조는 병사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영창을 규정하고 최대 15일동안 감금할 수 있도록 했다.

헌재는 "신체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므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영창처분은 징계처분임에도 신분상 불이익 외에 신체의 자유 박탈까지 내용으로 삼고 있어 징계의 한계를 초과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영창처분은 그 실질이 구류형의 집행과 유사하게 운영되므로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형사상 절차에 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영창처분 사유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그 기준도 불명확하다"며 헌법상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은애ㆍ이종석 재판관은 영창제도가 합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영창제도는 군 조직 내 복무규율 준수를 강화하고 군인의 복무기강을 엄정히 하는 동시에 지휘권을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엄정하고 효과적인 징계로 기능하는 점, 미국과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도 신체를 구금하는 방식의 군 징계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건 청구인 A씨는 해군에서 조리병으로 근무하던 2016년 12월 영창 15일의 징계처분을 받고 불복소송을 진행했고, 광주고법을 통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영창제도는 올해 2월 군인사법 개정으로 이미 폐지돼 이번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하는 법 조항은 없다. 다만 A씨처럼 옛 군인사법 조항의 적용을 받아 불복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승소 및 징계 취소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영창제도는 이미 폐지됐지만, 이번 결정으로 영창처분에 의한 징계구금이 헌법에 위반됨을 명확히 했다"고 헌재 판단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동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