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사람의 생명을 싣고 고속으로 달리는 물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고, 모든 국가에서 자동차의 안전에 대해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서 이 기준을 준수한 자동차만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동차관리법」에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국토교통부령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자동차안전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자동차제조사가 이 자동차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리콜’ 사유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차는 운행이 금지되고(자동차관리법 제29조 제1항), 이를 위반하여 자동차를 운행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같은 법 제84조 제3항 제13호).
자동차의 운행에 있어서 운전자의 전후좌우 시야 확보는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안전기준에서는 자동차 유리의 가시광선투과율에 관해 기준을 정해두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자동차의 앞면창유리(승용자동차의 경우 뒷면창유리 포함) 및 운전자좌석 좌우의 창유리 또는 창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70퍼센트 이상이어야 한다(자동차안전기준 제94조 제2항).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동차 유리의 법적 기준 농도는 전면 70%, 측면 40%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자동차의 안전에 관한 기준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안전기준에서는 전면 및 후면과 1열, 즉 운전자석 좌우 유리의 농도는 모두 70%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운행이 금지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준을 위반한 자동차를 운전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전면 70%, 측면 40%라는 기준은 법에 없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데, 해당 내용은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도로교통법에서는 모든 운전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하면서 자동차의 앞면 창유리와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각각 70%, 40% 미만으로서 교통안전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차를 운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자동차의 유리 농도에 관해 두 개의 법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 자동차안전기준은 국토교통부 관할인 반면에 도로교통법은 경찰청 관할로 서로 관할이 다른 데다, 일반인에게 도로교통법은 그래도 익숙하지만 자동차안전기준은 다소 생소한 편이다 보니 그 동안 두 법 간의 이런 모순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안전기준을 위반하는 수준의 짙은 틴팅(썬팅 이하 혼용)을 한 차량들이 도로의 대부분을 차치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모두 아무런 단속을 하지 않은 채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데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기준 위반과 불법튜닝을 단속할 권한이 있고 자동차정기검사를 통해 자동차안전기준을 위반하거나 불법튜닝을 한 자동차에 시정을 명할 권한이 있으며, 경찰청은 도로에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경우 이를 단속하여 과태료 또는 범칙금을 부과할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불법 썬팅에 대해서는 두 기관 모두 단속 의지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경찰차량에도 법을 위반하여 1열 좌우 유리까지 짙게 틴팅을 한 상태로 운행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면서 짙은 썬팅을 옹호하고 있지만, 도로는 자동차의 안전하고 원활한 이동을 위한 공간이지 사생활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 아니며 특히 운전석은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는 공간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생활보다 다른 운전자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한 공간이다. 외국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교통문화인 “비상등 인사”도 짙은 틴팅으로 인해 운전자 사이에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면서 나타난 문화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손을 들어 보이는 것이 도로에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보편적인 의사소통 방법이었고, 그 밖에도 다양한 수신호를 통해 운전자 사이에 의사를 주고받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이처럼 운전석은 사생활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안전기준과 도로교통법에서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가시광선 투과율 보장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며, 실제 연구결과를 살펴보더라도 짙은 썬팅을 한 차량을 운전할 경우 반응시간이 약 30%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나왔고 가시광선 투과율이 약 60% 이하로 떨어질 경우 룸미러나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사물의 거리감각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법에 정해진 가시광선 투과율을 준수할 경우 앞 차의 앞뒤유리를 통과해 비치는 전방의 시야를 통해 전방의 교통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전방의 정체로 인한 급정거 사고 등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운전석 좌우 유리의 투명도가 높을 경우 밖에서도 운전자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도심 교통정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교차로 꼬리물기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할 것이다.
예전에는 주로 자외선과 적외선 차단을 위한 목적으로 틴팅을 해 왔지만, 자외선과 적외선 차단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진한 농도의 틴팅 필름을 시공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오히려 짙은 틴팅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의 지인은 차량 구매 시 영업사원으로부터 “여성 운전자분의 경우 도로에서 무시당하기 쉽기 때문에 아예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썬팅을 하셔야 운전이 편하실 것”이라는 얘기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짙게 썬팅을 했다가 야간에 운전이 너무 불편해서 후회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불법썬팅에 대해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과 같은 교통선진국에서는 엄격하게 단속을 하고 있는데, 독일의 경우 범칙금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차량의 운행 자체를 금지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는 경찰이 현장에서 바로 단속을 하면서 틴팅지를 아예 떼어 버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는 가시광선 투과율을 위반한 차량에 대해 1,000달러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는 불법 틴팅 시공을 한 업체까지 함께 처벌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앞서 본 것처럼 도로교통법뿐만 아니라 자동차관리법에서도 틴팅이 규제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와 같이 차량의 운행까지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이미 마련해 두고 있다. 문제는 당국의 단속 의지인데, 이미 불법썬팅이 너무 보편화되어 대대적인 단속이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경찰차나 관용차부터 불법썬팅을 제거하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렌터카 등 영업용 차량부터 단속을 함으로써 불법썬팅에 대한 대중의 의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시광선 투과율 역시 자동차안전기준 준수 대상임이 명확한 이상, 자동차 안전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하지 말고 자동차 정기검사 항목에 가시광선투과율 항목을 다시 부활시키는 등 단속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감으로써 더 이상 법이 사문화되는 것을 막고 자동차 운행의 안전을 보장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글: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
강상구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을거쳐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관련 다수의 기업자문 및 소송과 자동차부품 관련 다국적기업 및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근무 등을 통해 축적한 자동차 산업 관련 폭넓은 법률실무 경험과,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얻게 된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변오토칼럼], [강변오토시승기]를 통해 자동차에 관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