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생인권조례가 또다시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조례를 놓고 찬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의회가 심사를 보류하는 등 2차례나 결론을 내지 못하자 지역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 학생들로 구성된 '제주학생인권조례태스크포스(TF)'는 24일 성명을 내고 “학생들의 절절한 외침을 저버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의 무책임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년간 숱한 서명운동, 길거리 캠페인, 토크콘서트,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 다양한 활동들을 준비하고 추진해왔다”며 “또한 수차례에 걸쳐 조례 제정을 향한 학생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교육위에 전달했지만, 교육위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교육청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교육청과 교육위는 입으로만 인권을 운운하며 더 이상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상생과 협력을 통해 10월 내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도의회 교육위는 전날 오후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안’을 상정했지만, 결론 없이 심사를 보류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부공남 위원장은 “5,000명의 도민이 조례 제정 반대 청원서에 서명하는 등 조례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교육위 위원들도 장시간 토론과 협의를 거쳤지만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위는 앞서 지난 7월에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당 조례에 대해 안건 상정을 보류했었다.
하지만 해당 조례가 도의회 의원 과반이 넘는 22명의 의원이 참여해 발의됐음에도, 신속한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교육위가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정의당 제주도당,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등 도내 9개 정당ㆍ교육ㆍ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는 교육위 위원들을 ‘제주교육의 적폐’로 규정하고, 전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미 10년 넘게 시행하고 있는 조례를 제대로 심사하지도 않고 도교육청에 책임을 돌리는 비겁하다 못해 비굴한 결정을 내렸다”며 “도의회 의장은 직권으로 조례를 본회의에 상정해 제대로 된 민의의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제주학생인권조례는 지난 3월 도내 고교생 531명을 포함해 1,002명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달라며 도의회에 청원 서명부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지난 7월 고은실(정의당)의원이 해당 조례를 대표발의했고, 22명의 의원이 이에 동참했다.
하지만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해당 조례안이 인권 보장이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 이는 결국 교권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조례 제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5,424명의 청원 서명부도 도의회에 제출되는 등 조례 발의 이후 찬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