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개천절 드라이브 스루 집회 "안된다"

입력
2020.09.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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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개천절 '차량 200대 참가' 집회 신고
경찰청 "안전 등 고려해 금지 통고"


정치권과 보수단체에서 내달 3일 개천절 집회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열겠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경찰은 우선 '차량 200대 집회'를 신고한 단체에 대해 금지를 통고할 예정이나, 단체들은 "방역에는 활용하면서 집회에는 안 된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발하면서 충돌도 예상된다.

서울경찰청은 개천절 오후 차량 200대와 인원 200명을 동원한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의 차량 행진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내릴 방침이라고 23일 밝혔다. 새한국은 내달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서초구 서초경찰서까지 차량 행진을 하겠다고 전날 집회신고를 냈다.

드라이브 스루 집회란 차량에 집회 선전물 현수막과 깃발을 꽂고 서울 도심의 주요 도로를 달리는 형태를 의미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정권이 방역실패 책임을 광화문 애국 세력에게 덮어씌우는 마당에 또다시 종전 방식을 고집해 먹잇감이 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새한국을 비롯한 여러 보수단체는 경찰의 금지 통고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새한국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검사 때도 대수 제한 등을 하지 않으면서, 경찰이 집회에만 통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 하고 있다.

경찰은 이전부터 차량 시위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관리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집회 관리자 입장에서는 차량 집회가 훨씬 위험하기 때문에 차량 행진 등에 대해 대수를 엄격하게 제한해왔다"며 "집회 성격과 상황에 따라 범위는 달랐으나 일반 자동차는 10대, 트렉터는 1대만 허용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염 위험 외에도 경찰은 교통사고 위험성과 교통량 유지 등을 고려해 최대한 안전을 지키도록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차량 행진 시위도 신고 대상이라는 판례도 있는 만큼, 드라이브 스루 집회 신고 규모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개천절에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신고를 전날까지 835건 접수했다. 경찰은 이 중 10인 이상 신고한 75건 등 112건에 대해선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드라이브 스루 집회가 논의되며 지속적으로 신고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국 지방경찰청 지원을 받아 집회를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금지 통고한 집회에 대해서는 집결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라며 "불법 집회를 강행하면 즉시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불응하면 현장에서 체포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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