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네이버 검색 결과를 둘러싸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국민의힘 김근식 당협위원장이 ‘추미애’를 검색했을 때 그 결과가 다른 정치인과 달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정치인과 달리 추 장관 검색 결과는 쇼핑 다음에 뉴스 실시간검색이 나오고, 영어로 잘못 입력했을 때 한글로 자동 전환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권력의 포털 통제가 사실일까”라고 불을 지폈다. 이 불꽃은 얼마 전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셍” 문자 사건과 겹쳐지며 ‘정권의 포털 손보기’ 논란으로 순식간에 비화했다. 바로 다음날 네이버 관계자가 긴급히 사실관계를 해명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시민들이 뉴스를 접하는 중요한 통로로 자리 잡고 있어 우리 사회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만약 ‘정권의 압력으로 뉴스 검색 결과를 조작’했다면 이는 우리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과 ‘드루킹’ 사건 등과 같은 수준으로 다뤄질 것이다. 검찰 고발이 있을 것이고 수사에 대한 외압 논란이 또 있을 테고 특임검사, 특별검사 등 여러 가지 특별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지배적 뉴스매체’로서 포털이 정치권력의 압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 배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백 가지 방안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 한번 핵심적인 문제를 지나치고 말 것이다.
지금 정치적 압력, 압박을 여러 형태로 받는 포털이 완전히 자주독립한다면 공정성, 객관성 등등은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인가. 안타깝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이유는 진실한 정보가 사회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꼭 필요하며, 가짜가 아닌 진실이라는 존재는 미디어가 공정하고 객관적일 때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의 궁극적 가치는 진실한 정보제공이 아니라 이윤의 극대화일 뿐이다.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늘리는 데 도움 된다면 진실을 추구할 것이고 이를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정보를 다루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진짜든 가짜든 가리지 않는 것이 기업의 운동 법칙이다. 따라서 포털의 자주독립과 공정성, 객관성은 전혀 관계가 없다.
포털 뿐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기술기업은 이미 엄청난 권력으로 성장했다. 이들 시장 지배자가 좌우할 수 있는 것은 검색결과 정도에 그치지 않아 거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네이버가 해명하자 김 위원장은 “수준 낮은 우리들이 납득될 수 있도록” 충분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네이버가 어떤 해명을 내놓아도 김 위원장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데이터와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업체들이 설명하는 논리에 대한 검증, 즉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조사는 ‘수준 낮은’ 상태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강력한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수준 높은’ 견제가 더욱더 필요하다. 정치와 정치인이 존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결코 정략적 목적에 따라 압력과 공격을 주고받은 뒤 지나갈 문제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