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국민의힘 원내대표단과 만찬을 할 예정이었다. 정 총리가 야당에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참여를 설득할 것이란 얘기가 오르내렸다. 협치와 중재가 특기인 정 총리의 '진가'를 보여 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총리실은 기대했다.
그러나 만찬은 연기됐다. 총리실 직원 확진으로 이날 정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데다, 동생상까지 당하면서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과의 만찬 날짜를 잡았다 미룬 건 이미 세 번째다.
정 총리는 만찬 연기에 상당히 아쉬워했다고 한다. 정 총리는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만찬을 바로 취소하지 않았다. ‘음성이 나오면 만찬을 하겠다’는 뜻을 보좌진에 전했다. 정 총리가 국민의힘과의 만남을 기다렸다는 뜻이다.
만찬은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잡힌 것이었다. 6월 12일로 날짜를 잡았으나,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취소됐다. 8월 25일에도 다시 약속을 잡았지만, 국회 예결특위 결산 심사에 야당 의원들이 묶이는 바람에 다시 미뤄졌다. 여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만찬을 정한 것만 세번 째고, 구두로 잡았던 일정은 훨씬 많다”고 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협치 브랜드'를 부각시켜야 하는 정 총리로선 불운이 겹친 셈이다.
정 총리는 22일 '매주 진행하는 '목요대화'의 틀 안에서 여야가 상시적으로 대화하자'는 제안을 하려 했다고 한다. ‘경제를 잘 아는 화합형 총리’를 목표로 했던 그가 ‘협치 플랜’에 시동을 거는 장면이 될 터였다. 정 총리는 4ㆍ15 총선 이후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꾸려지기 전부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야당을 먼저 만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협치 무드 조성을 위해 총리실은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한 목요대화 토론 내용을 엮어 만든 책자를 마련한 게 대표적.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에게 주려고 책 발간 일자까지 조정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