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검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검찰 수사를 가장해 20대 여성에게 1억여원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일당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범죄에 가담한 다른 조직원을 붙잡기 위해 추적에 나섰다.
23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7일부터 사흘 동안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넘어가 총 1억4,500만원을 빼앗겼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가장해 A씨에게 접근했다. A씨 명의의 여러 시중은행 통장이 범죄에 연루돼, A씨가 대포통장을 양도한 가해자인지 정보를 도용당한 피해자인지 밝히기 위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였다. A씨가 미심쩍어하자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의 가짜 낙인이 찍힌 공문을 보여주고, 아예 검찰청 사무실처럼 꾸민 공간에서 A씨에게 영상통화를 거는 대범한 수법까지 동원했다.
이들은 수사 상황을 남에게 발설하면 '보안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48시간 동안 구속수사를 할 수 있다며 A씨에게 겁을 줬다. 그러면서 여성인 A씨가 같은 여성 검사에게 조사를 받으면 편할 것이라며 '손정현 검사'라는 이에게 전화를 넘겼다. 손 검사'는 A씨가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계좌에서 현금을 찾아 금융감독원에 넘긴 뒤 자산을 합법으로 취득했음을 증명하는 '금융거래명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밀한 사기 수법에 속은 A씨는 결국 은행으로 향했다. A씨는 이후 9일까지 사흘간 서울 시내 은행 10여군데를 돌아다니며 1억4,500만원을 인출해 수차례에 걸쳐 '내사 담당 수사관'이라는 남성 등에게 전달했다. 이 돈은 어머니의 유산을 비롯해 A씨가 7년 넘게 모은 청약통장과 적금, 보험 등 전 재산이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사흘 내내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휴대폰에 '법무부 공증 앱'으로 꾸민 피싱 앱을 설치하도록 해 A씨가 일당과 연락하는 용도 외로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밤에도 취침 전까지 1시간마다 위치를 보고하도록 했다. A씨는 결국 이달 9일 귀가 후 창문으로 몰래 빠져나와 이웃에게 ‘신고해 달라’는 쪽지를 건네고 나서야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일당 중 1명은 경기남부 모처에서 검거돼 조사를 받았다"며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6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다른 피의자가 택시에 타는 모습을 포착하고 나머지 조직원들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