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공산주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의 공언대로 자본주의는 세계 유일의 체제가 됐다. 하지만 단일하진 않다. 세계적인 불평등 연구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중국식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패권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중 무역갈등의 본질이다.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까. ‘홀로 선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며 그 답을 구하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밀라노비치는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한 체제가 전 세계를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선택을 유보한다. 대신 자본주의의 내재된 한계이자 가장 큰 숙제인, 불평등 문제를 더 잘 해결하는 쪽이 결국엔 살아 남을 거라 역설한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자유성과주의적 자본주의’로 칭해진다. 고전적 자본주의보다 불평등은 더 넓게, 교묘하게 퍼진 구조다. 과거엔 자본가들만 부를 소유했지만, 이젠 노동자 계급까지 고소득자가 됐다. 돈 많고 교육 수준 높은 이른바 노동 엘리트들끼리 결혼을 하면서 계층 간 이동의 기회는 현저히 줄었고, 소득과 부의 대물림은 더욱 공고해졌다. 밀라노비치는 ‘20세기적 해법’으론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 구조를 해소할 수 없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강력한 노조, 대중교육, 높은 세금, 공공 복지 서비스 등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대안은 지속적이고 견고한 엘리트층을 보다 더 확실하게 견제하는 ‘대중적 자본주의’다. 중산층의 세금은 완화하되 부자들의 상속세는 강화하고 공립학교에 투자를 늘려 사립학교와의 편차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부자들이 정치에 입김을 불어넣지 못하도록 정치자금을 공공기금화하고, 이주자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대책도 촉구한다. 결국 정치가 나서야 하는 일들. 자본주의의 진화 여부는 자본과 정치권력에 대한 엘리트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에 대해선 기본적으론 부정적이다. 본질적 한계인 ‘부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란 점에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反) 부패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이벤트일 뿐, 부패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법치가 아니라 인치에 의해 작동하는 구조도 문제다. 정치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나라가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위험을 떠안고도 중국식 모델이 인정받고 있는 건, 높은 경제성장률을 ‘성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언제까지 유지할지, 그 과정에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근본적으로 제거는 불가능한 부패는 어떻게 통제할지, 끊임 없이 우월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밀라노비치는 중국식 경제개발 모델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전 세계 소득 불평등 지형을 완화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살아남는다. 경쟁은 필수다. 밀라노비치가 어느 한쪽의 승리를 고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인지 모른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중국식 자본주의의 공진화가 새로운 자본주의의 진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