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됐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5G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특히 속도가 광고에서 말한 것처럼 20기가비피에스(Gbps)에 턱없이 못 미칠 뿐 아니라 수도권을 벗어나면 5G 자체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두고 SK텔레콤은 5G의 기술적 특성 때문에 전국망을 정상 가동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그룹장은 23일 서울 중구 페럼센터에서 열린 '5G 기술 세미나 사전 브리핑'에서 "처음 개통될 당시 롱텀에볼루션(LTE) 속도는 75메가비피에스(Mbps)로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1Gbps로 발전한 것"이라며 "현재 5G는 2.5Gbps로, 5G의 이론적 최대 속도인 20Gpbs까지 도달하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G는 4G 롱텀에볼루션(LTE)와 달리 높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그만큼 속도는 빠를 수 있지만 전파 감쇄가 많아 장비를 LTE 대비 2배 이상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LTE 전국망 구축까지 18개월 간 9만개의 장비를 설치했는데, 5G는 상용화 이후 현재까지 17개월 간 10만개의 장비를 구축했다. 류 그룹장은 "5G는 20만개 이상의 장비를 설치해야 전국망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22년까지 전국망 구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28㎓ 대역의 5G 서비스를 연내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5G 3.5㎓ 주파수는 5G와 LTE이 혼합돼 사용되는 비단독모드(NSA)다. 5G 환경이 좋지 못한 지역에서는 LTE가 잡히는 방식이다. 반면 28㎓s 주파수를 활용하면 본격적인 5G 단독모드(NA) 서비스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5G 상용화를 28㎓ 주파수 대역으로 하면서 국내 이용자들은 "한국의 5G 서비스는 반쪽짜리"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류 그룹장은 "미국은 LTE가 워낙 파편화되어 있어서 전국적으로 5G 서비스를 하기 어려워 우선 밀집지역 위주로 28㎓를 시작한 것"이라며 "28㎓ 주파수는 전파 특성상 서비스 커버리지가 3.5㎓ 대비 10∼15% 수준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B2B 중심의 활용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5G 기술 세미나'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도이치텔레콤, MIT 테크놀로지 리뷰 관계자 등이 참여해 5G 기술 및 상용화 현황, 5G 비전과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해외 사업자와 비교했을 때 한국 5G는 3.5㎓ 주파수를 기반으로 집중적으로 투자해 속도 및 커버리지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해외 사업자의 주장도 나왔다.
로스 오브라이언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장은 "한국이 3.5㎓ 도입으로 속도와 커버리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한편, 5G 기술 진화 및 생태계도 잘 선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알렉스 최 도이치텔레콤 부사장도 "한국의 5G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특별하다"며 "한국을 제외하고는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 3.5㎓ 중대역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커버리지를 갖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