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22일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더라도 국정원내 대공 분야 인력을 경찰에 강제로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사권만 경찰에 넘길 뿐이지 대공 정보 인력 등은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 원장은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면 유관 인력도 경찰로 넘기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자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한 인력을 강제로 넘기는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박 원장은 "국정원은 그 정도 인력이 있어야 범죄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업무에서 대공 수사권을 삭제하고 국내 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병기 의원은 “사실 경찰에서 자체 인력으로는 아직 능력이 확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일부 있다”며 “법안소위 때 심층적으로 논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이 이날 인력 구조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그만큼 대공수사권 이양을 통한 국정원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정원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숙원 사업이고, 대공수사권 이전은 개혁의 핵심 골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북한 및 해외, 안보,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경수사권 조정이 부각되면서 국정원 개혁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더디게 진행됐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 8월 여당에서 구체적인 안을 담은 법안(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하며서 다시 점화됐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교체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야당은 사실상 대공 수사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비판하지만,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제2차 국정원ㆍ검찰ㆍ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남은 과제들의 완결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국정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의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했다.
이날 정보위 회의에서는 최근 탈북민이 강원도 철원에서 월북을 시도하다 군 당국에 발각된 사건도 논의 됐다. 재입북 시도 이유에 대해 박 원장은 “재입북하는 동기는 다양하다. 회유 협박으로 넘어간 사람도 있고, 외로워서 넘어간 사람도 있고, 범죄를 저질러서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북한 내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하 의원은 “최근 10년간 재입북자가 29명 정도 되고 그 중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것이 6명”이라며 “이들을 조사하면 (재입북 동기 등이)파악될텐데 국정원이 그걸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