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나홀로' 대(對)이란 제재안을 발표했다. 유럽 동맹국의 지지마저 얻지 못하고 이란 제재 복원에 실패하자 단독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응원은 필요 없다"(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고까지 외쳤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사회의 협조 없이는 제재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번 '이란 때리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의 핵무기, 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 개발을 제한하는 새로운 행동을 취한다"면서 "새로운 행정명령을 내리고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복원한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따라 이란의 핵ㆍ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27개 기관ㆍ개인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를 시행한다. 이번 제재는 베네수엘라ㆍ북한과도 연계돼 있다. 이란과의 무기 거래를 이유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제재 명단에 포함했고, 북한과의 미사일 개발 협력에 참여한 이란 항공우주산업기구 고위관계자 2명도 명단에 올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은 이번 제재가 최근 체결된 이스라엘과 바레인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간 외교정상화 협정을 보완하는 조치라고 설명한다"면서 "이 협정들은 이란에 대항해 중동을 통합하려는 의도로 미국이 중개하면서 성사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내세울 외교분야 치적쌓기 차원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간 정상화를 서둘렀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단행된 이번 이란 제재 복원도 결국은 같은 맥락에 있다는 얘기다.
취임 후 '이란 때리기'를 지속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제재 복원을 본격 시도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거듭 이를 거부하자 결국 독자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 미국은 바로 전날에도 유럽의 핵심 동맹국인 영국ㆍ프랑스ㆍ독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이들 3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미국은 더는 합의 참여국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 복원 요구에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재 복원(스냅백)의 근거로 핵합의를 든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스냅백 요구를 들고 나오기 전에도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 연장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지만 도미니카공화국 외 다른 회원국의 동의를 전혀 얻지 못했다.
벌써부터 나홀로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국이 어떻게 다른 유엔 강대국들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다자간 제재를 강행할지에 대한 해답은 없고 법적ㆍ정치적 의문만 가득하다"며 회의감을 표했다. 또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이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에 염증을 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부는 나홀로 제재를 선언한 당일 유엔에 재차 압력을 넣었다. 크래프트 주유엔 미국 대사는 서한을 통해 무기 금수조치 연장안을 강제할 것을 유엔에 거듭 촉구했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 선언이 국제 사회에 통용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1일 미국외교협회(CFR)와의 화상 대담에서 "미국의 제재는 이란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면서 "미국은 이란이 무릎을 꿇기를 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