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당시 지위를 이용해 거액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박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안 소장은 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설령 (박 의원 말대로) 공개입찰(공공입찰)이더라도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토위 간사의 가족 기업이 계속 관급 공사(입찰)에 참여해서 공사를 수주하는 것 자체가 직무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주 의혹과 관련해 "여당 스스로 대한민국 입찰 시스템의 붕괴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공공입찰을 통한 수주였다고 재차 주장했다. 또 "공공입찰은 다수의 경쟁 업체들과 조달청 입찰시스템, 위원회 개최 등 수많은 이해관계인들의 참여 속에서 이뤄진다"며 "어느 누가 부당한 압력과 부탁을 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소장은 박 의원 일가가 수주한 공개입찰 자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한 예로 서울시가 한강공원 나들목 공사할 때는 비개착공법(STS 공법)으로 해야 된다고 결정을 하고 이걸로 사업 공고를 냈다"며 "STS 공법은 박 의원 아들 회사만 갖고 있는 특허 기술"이라고 밝혔다.
STS 공법은 터널 등 하부 공사 때 상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철근으로 연결한 강철관을 삽입한 공법으로, 기존 기술을 변형한 특허 기술이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기술이 있지만 STS 공법을 특정해 공고를 냈기 때문에 박 의원의 아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만 수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안 소장의 설명이다.
안 소장은 "서울시가 최근 10년 동안 발주한 공사 중 STS 공법을 쓰도록 전제로 한 것이 박 의원의 당선 이후에 (공사 비용이) 163억원으로 나와 있고, 국토교통부가 10년 동안 발주한 공사 중 STS 공법을 쓰도록 한 것이 444억원이라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서울시에서 STS 공법의 신기술 비용으로 준 것만 해도 33억원이라는 입증 자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만 해도 STS 공법을 앞세워 6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수주를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안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박 의원의 백지신탁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박 의원은 "2014년 기획재정위원회로 배정받고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관련 주식을 그해 9월쯤 적법하게 백지신탁 했다"며 "이해충돌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보유한 주식의 일정액이 넘어가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신탁을 하더라도 신탁 계약을 맺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처분하도록 규정돼 있다.
안 소장은 이에 대해 "130억원대나 되는 주식을 백지신탁 했는데, 6년이 되도록 하나도 팔리지가 않았다"며 "팔리지 않은 것까지 책임질 수 없지만, 법에 따르면 주식이 안 팔리면 여전히 이해관계가 깊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주식 처분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관련 직무를 회피해야 된다는 의무 규정이 있고, 그걸 어길 시에는 과태료까지 물리게 돼 있다"며 "관련한 직무는 무조건 회피해야 되는데 박 의원은 상임위에서 주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