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 정장 차림의 여권 유력 정치인들이 모였다. 어느 '만화책'의 발간 축하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안경을 꺼내 쓰고 책을 '열독'했고, 박병석 국회의장은 "사자마자 바로 다 읽었다"며 "웃음이 '풋' 나는 구절도 있었다"고 했다. 참석자 면면이 이처럼 '화려한' 이유는 책의 주인공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이기 때문이었다.
'나의 인생, 국민에게'라는 제목의 책은 지난달 퇴임한 이 전 대표의 32년 정치 역정을 담은 전기다. 책은 이 전 대표를 "이익과 편익만 쫓는 세태에서 원칙을 생명처럼 여기는 정치인" "겉보기 깐깐한 이미지 속에 훈훈한 정과 순박함을 갖춘 정치인"이었다고 한껏 상찬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종인 당시 민정당 후보를 꺾고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 정부부시장, 김대중 정부의 교육부 장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 재직 시절을 일대기로 다뤘다.
이 전 대표는 이 날만은 특유의 심각한 표정을 벗고 미소 띤 얼굴로 참석자들을 맞이했다. 이 전 대표는 "저희 집이 원래 정치를 하는 집이라 어머님이 학생운동을 해도 정치는 하지 말라고 했다"며 "정치를 안 하려고 했는데, 팔자란 게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참석자들은 "민주화를 일궈낸 주역"이라며 이 대표에게 찬사를 보냈다. 박병석 의장은 "이해찬은 정당 민주화를 일궈낸 주역으로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조용필 다음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불운한 사람인데, 제가 이 전 대표 뒤를 따라다니는 건 행운이자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기 발간위원장을 맡은 김두관 의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해찬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기대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창안한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소재로한 건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 전 대표의 말 중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말 중 하나는 우리가 20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며 '가자 20년'을 건배사로 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특급 호텔에서 이 전 대표가 출간 기념회를 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달 초에 하려던 행사를 이미 한 차례 미뤘고, 참석자도 30여명으로 확 줄였다고 이 전 대표 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