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피해접수 시작…지급 규모 4000억 예상

입력
2020.09.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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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정액 지급했지만 이번엔 피해만큼 구제 
정부 80% , 나머지 20% 경북도ㆍ포항시 분담
정신적 피해 등은 제외…개별 손배소 잇따를 듯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본 주민이 재산상 손실을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접수 절차가 21일 시작된다. 기한은 내년 8월31일까지 약 1년간이다. 포항시는 신청건수가 10만여 건, 지급 규모는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포항시는 21일부터 시청사를 비롯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등 34곳에서 포항지진 피해자 인정 및 지원금 지급 신청을 받는다. 포항지진이 정부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된 포항지열발전 사업이 촉발한 ‘인재(人災)’로 드러난 뒤 포항지진피해구제법(포항지진 특별법)이 작년 12월 말 제정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3월 정부연구단이 진앙 인근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지진이 촉발됐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포항지진 피해를 지원하고 원인 제공자가 확정되면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지진 발생 직후 자연재해라는 가정 아래 접수된 피해신고는 8만8,852건이다. 이 중 6만1,130건이 인정돼 복구액으로 864억3,0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이는 실제 피해액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준 금액이다. 가령 수억원짜리 집이 부서져 붕괴위험 판정을 받고도 복구비는 900만원에 그쳤다.


정부와 포항시의 피해신청 예상 규모(10만건 이상)를 감안하면 주민수로 5분의 1, 가구수로 절반 가량이 피해자 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진이 발생한 2017년 11월말 기준 포항 주민등록 인구수는 51만4,217명, 세대수는 21만3,767가구다.

전체 피해 인정액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진 직후엔 주택에 한해서만 복구액을 지급했지만, 포항지진피해구제법은 유형별 한도액 안에서 피해를 100% 지원한다. 여기다 자연재해대책법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상가와 공장 등의 피해도 인정한다.

포항시는 당초 예상 인정액 5,000억원에서 앞서 지급된 복구액 864억3,000만원과 기타 보상비용을 합친 1,100억원을 빼면, 3,900억원에서 4,000억원 이상 지원될 것으로 예측했다.

80%는 정부가 부담한다. 나머지 1,000억원 가량을 포항시가 경북도와 절반씩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는 당초 70%만 지급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이 반발하자 80%로 올린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자연재해대책법은 파손된 건물이 여러 채라도 실제 거주한 집 한 채만 인정하지만 특별법은 피해 정도를 입증하면 받을 수 있다”며 “신청 기간도 약 1년인 만큼 신중하게 자료를 모아 한번에 접수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포항지진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부를 상대로 한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은 늘어날 전망이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피해 시민 1만2,867명과 2018년 10월부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일 위자료 5,000~1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피해 시민 1만7,113명이 참여한 포항지진공동소송단도 1인당 1,000만원의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또 법무법인 3곳에서 주민 1,200여명과 다른 소송도 진행 중이다.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포항지진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정신적 피해는 물론 재산상 피해에도 빠진 게 많다”며 “법 제정 이후에도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문의가 많고 접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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