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만 있으면 유독 긴장하는 타자가 있는 반면 주자가 쌓일수록 집중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다. '슈퍼스타' LG 김현수는 후자다. 같은 3할을 쳐도 질이 다르다. 김현수의 시즌 타율은 0.351인데 주자 있을 때 타율이 0.441, 득점권 타율은 0.515에 이른다. 전체 1위인 득점권 5할은 KBO리그 원년인 1982년 마지막 '4할 타자' 백인천(0.476ㆍMBC)도 달성하지 못한 꿈의 숫자다.
만루에서 타율은 무려 7할대(0.750ㆍ12타수 9안타)로 치솟는다. 지난 17일 잠실 롯데전에서 시즌 세 번째 만루홈런을 쳤고, 19일 잠실 두산전에선 만루에서 균형을 깨는 2루타를 때렸다. 김현수만 타석에 서면 LG팬들은 물론이고, 동료들도 기대감이 높아진다. 류중일 LG 감독은 "그러니까 돈 많이 받는 것"이라며 흐뭇해 한다. 두산의 프랜차이즈이던 김현수는 2018년 4년 115억원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김현수는 9월 들어 어깨 부상으로 잠시 주춤하더니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4타수 3안타 6타점을 몰아치며 다시 감을 찾았다. 최근 5경기에서 19타수 10안타(1홈런), 15타점을 쓸어 담았다.
해결사 본능을 앞세워 '타점 기계'로 진화한 김현수는 112경기 만에 100타점을 돌파(101타점)하며 이 부문 선두 멜 로하스 주니어(104타점ㆍKT)를 위협하고 있다. 김현수가 100타점을 넘긴 건 2018년(101타점) 이후 2년 만이자 2009년(104타점), 2015년(121타점)에 이어 개인 통산 4번째다. 시즌 132타점 페이스로 2015년 커리어 하이 돌파가 유력하다. 2018년 채은성이 기록한 LG 역대 최다 타점(119개) 경신도 시간 문제다.
김현수는 "100타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먼저"라며 "타점은 나만 잘해서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현수는 맹활약 중이지만 LG는 20일 두산전에선 5-6으로 역전패하며 피말리는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정규시즌 1위도 기대할 수 있지만, 5위도 못할 수 있는 초접전 상황. 김현수는 "순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팀 분위기가 좋은 만큼 이기는 경기를 해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