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8일 대만을 에워싸고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벌였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이 대만을 찾은 데 따른 항의 표시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드는 미ㆍ대만간 잇단 밀착 행보에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사이 중국 군용기들이 대만 서남부, 서부, 북부, 서북 공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해 대만 섬 쪽으로 접근했다. 이에 대만 공군 전투기들도 출격, 무전으로 22차례 경고해 퇴거를 유도했다. 신문은 대만 전투기들이 “우리 영공에 근접했다”는 이례적 경고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중국 군용기들이 전보다 대만 섬에 훨씬 근접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군사적 위협임을 숨기지 않았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해협 인근에서 실전화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중국군의 동중국해 훈련은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그는 “대만해협의 현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필요한 조치”라며 “중국 국가 주권을 보호하고 영토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에 맞선 대응 조치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런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미국을 격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대만은 신성한 중국 영토에서 뗄 수 없는 일부”라며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미국과 대만 민진당 당국이 결탁을 강화하고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모두 헛된 망상으로 막다른 길에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장난하다가는 스스로 불에 탈 것”이라는 원색적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 전후로 중국의 무력시위는 한층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미 행정부 안에서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제재를 주도하는 대중 강경파 중 한 명이다.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군은 16일 밤에도 화롄 인근 해역에서 중국군 군함 1척을 포착했다. 중국 군함은 대만 해안선과 44.4㎞ 거리를 두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항행했다. 크라크 차관 도착 전날에는 중국군의 윈(運·Y)-8 대잠초계기 2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달 10일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회견을 앞두고도 전투기로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하며 항의한 바 있다.
그러나 대만을 지렛대로 대중 포위망을 넓혀가는 미국은 중국의 무력도발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크러크 차관의 방문 목적도 표면적으론 19일 열릴 고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추모 행사 참여지만, 실상은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이날 차이 총통 및 대만 관료들과 만나 양국 고위급 경제ㆍ상업 대화 개최 등 다양한 경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