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충돌 후 반중(反中) 정서가 심화하며 중국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인도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1위 탈환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갤럭시Z폴드2' 같은 프리미엄 모델부터 10만원대 저가 보급형 스마트폰까지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물량공세'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8일 인도 시장에 40만원대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M51'을 정식 출시했다. 이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7,000밀리암페어시(mAh)로, 현재 일반적인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이 3,000~4,000mAh인 것을 고려하면 두 배에 가까운 용량이다. 기존 가장 큰 배터리 용량을 자랑한 삼성전자 갤럭시S20울트라(5,000mAh)나 아수스 로그(ROG)폰2(6,000mAh)보다도 더 큰, 역대 최대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갤럭시M51은 삼성전자가 올해 인도에 내놓은 18번째 제품이다. 삼성은 올해 갤럭시S20·노트20 시리즈부터 갤럭시Z플립, 갤럭시Z폴드2 등 프리미엄 라인도 인도 시장에 출시했지만, 그 밖에 30만~50만원대 갤럭시A·갤럭시M 라인과 10만원대 갤럭시J 라인까지도 꾸준히 내놨다. 인구 14억명의 인도 시장을 전방위로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가격대의 수요를 노리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갤럭시A71이나 M21의 경우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들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삼성의 전략은 인도의 반중 정서와 맞물려 효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해 1분기만 해도 점유율 16%로 샤오미와 비보에 이은 3위에 머물렀지만, 2분기 들어서는 26%까지 치고 올라가며 1위 샤오미(29%)를 3%포인트 차로 뒤쫓는 2위에 올랐다. 지난 2년 새 가장 높은 수치다. 피처폰까지 합친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는 점유율 24%로 1위 자리를 되찾기도 했다.
인구가 14억명에 달하는 인도에서 스마트폰 이용자는 5억명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약 36%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2018년 8,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2배 늘린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은 연간 최대 1억2,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해내며 삼성전자 휴대폰 단일 공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공장을 기지 삼아 적극적으로 인도 현지 휴대폰 유통 전략을 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향후 5년간 약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로 스마트폰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인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던 삼성전자로서는 중국과 인도의 분쟁이 심화하고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에 강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올해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장에서는 중국 불매운동이 지속된다면 샤오미·비보 등 중국 업체의 인도 시장 점유율이 지금보다 5~9%포인트가량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올해 2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신흥 시장인 인도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올해부터 좋은 모습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